[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튀김의 발견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본 튀김의 세계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무언가를 튀긴다는 행위는 마치 하나의 정밀한 과학 실험과도 같으니까요. 밀가루의 힘을 측정하고, 튀김옷의 단백질 함량을 조절하고, 사용되는 기름의 발연점을 조사해야 합니다. 또 기름의 산화 여부도 체크하고, 조리 온도와 시간에 따른 물성의 변화를 관찰해야 하지요. 어느 한 부분에서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튀김의 품질은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본문 중에서)
‘바삭’, ‘고소’, ‘촉촉’…. 어떤 음식과 연관된 촉감일까? 재료에 ‘옷을 입혀’ 끓는 기름에 넣으면 완성된다. 요즘에는 ‘겉바속촉’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그렇다. 튀김이다.
‘인류는 튀김을 사랑한 덕분에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럴까. 그리고 튀김은 왜 맛있으며 우리는 왜 튀김을 원하는 것일까.
국립과천과학관에 근무하는 임두원 박사는 저서 ‘튀김의 발견’에서 우리가 튀김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한다. 처갓집이 오랫동안 돈카츠 전문점을 운영한 덕분에, 저자는 튀김을 비롯한 다양한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 역사, 인문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튀김을 살펴보는 일은 요리의 즐거움뿐 아니라 삶의 행복과 추억까지 풍성히 느낄 수 있다.
셰프이자 음식칼럼니스트인 박찬일은 “요리 학교에서도 튀김이 왜 맛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가르쳐 주지 않는다. 튀김은 맛있지만 그 배경 지식과 과학 원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런 답답한 속을 뻥 뚫어 준다”고 평한다.
한마디로 책은 튀김을 향한 애정의 결과물이다. 튀김 맛의 비밀을 풀기 위해 물리와 화학, 재료공학,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도구가 활용된다. 여기에 재료, 기름, 튀김옷 등 튀김의 요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맛깔스럽게 첨가된다.
저자는 식재료를 기름에 튀기면 지방 함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소량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제공하는 지방은 우리 몸속에서 저장이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이는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몸 안에 저장해두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원시 인류는 지방을 탐했던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얘기인데, “우리의 DNA에는 지방을 선호하는 원초적 본능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튀김이 주는 풍미는 무엇에서 연유할까. 고온에서 튀길 때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 반응’ 때문이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해 생성되는 맛과 향 성분은 무려 100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먹음직스럽게 갈색으로 변하거나 특유의 달콤함과 고소함을 주는 캐러멜화 반응도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튀김의 미학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세계인의 한과 혼이 담긴 ‘소울 푸드’로 거듭나게 된 것은 각국의 튀김 요리에 드리워진 역사와 무관치 않다.
영국의 대표 요리 피시앤칩스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음식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노동자들의 고단함 외에도 15세기 스페인으로부터 종교박해를 받고 쫓겨난 유대인의 설움도 배어 있다. 영국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먹었던 페스카도 프리토가 전역에 퍼지면서 피시앤칩스의 기원이 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탕수육은 19세기 제국주의로 인한 동아시아의 수난사와 관련이 있다. 1840년 아편 전쟁에서 영국에 패하자 청나라에는 서양인들이 몰려왔다. 젓가락 사용에 익숙지 않은 이들은 포크로 찍어 먹을 수 있는 고기 요리를 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뉴가 탕수육과 꿔바로우의 원형인 ‘꾸루로우’다. 이 이름은 “서양인들이 돼지고기 튀김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을 묘사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 부키·1만4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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