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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후추는 대항해 시대 열고 소금은 인도 독립 앞당겼다

by 광주일보 2020.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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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가루전쟁
도현신 지음

 

오랫동안 인류에게 설탕을 공급해 준 사탕수수.

“흑인 노예들을 부려 얻은 설탕을 팔아 가장 많이 돈을 번 나라는 아이티를 지배하고 있던 프랑스였다. 아이티의 설탕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은 아무리 줄어들었을 때도 최소한 프랑스 정부 1년 예산의 25퍼센트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17세기와 18세기 무렵, 아이티는 설탕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 이 설탕 판매로 거둔 수익은 아이티에 살고 있던 3만 명의 프랑스인 지주와 프랑스 정부에만 돌아갔으며, 나머지 48만 명의 흑인 노예들은 가난에 찌든 채 살아야 했다.”(본문 중에서)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열거한 기호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가루로 돼 있다는 것이다. 식탁이나 일상에서 즐기기도 하지만, 더러는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음식의 역사라 해도 무방하다. 먹고 마시는 행위는 기본적인 생존활동과 직결된다. 오랫동안 인류는 주거지 인근에서 나는 농산물이나 재료를 원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음식과 연관된 활동은 자연스레 특정 나라의 문화가 됐는데, 서로 다른 문명이 융합되거나 쇠퇴하는 과정에는 늘 음식이 자리했다.

설탕, 소금을 비롯한 6가지 가루들 이면에 숨겨진 역사를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의 저자 도현신이 펴낸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가루전쟁’은 6가지 가루를 토대로 세계 역사를 들여다본다.

고대 인도는 설탕을 만들어 먹은 최초 지역이었다. 설탕이 서양에 처음 알려진 것은 알렉산더대왕 인도원정 이후였다. 이후 설탕은 600년대 후반부터 지중해 지역을 지배한 이슬람제국을 거치면서 대량 생산됐다.

아울러 설탕은 16세기 초반 십자군원정 무렵에는 부의 상징이었다. 십자군은 설탕을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이후 십자군이 중동에서 물러나자,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붙잡아 온 흑인들을 카리브해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냈다. 역설적으로 달콤한 설탕에는 흑인 노예들의 쓰디쓴 고통이 배어 있다.

 

폴란드에서 생산되었던 암염. <이다북스 제공>



북유럽 신화에서 소금은 황금으로 취급됐다. 네덜란드에는 ‘계란을 먹고 난 다음에야 소금을 가져온다’라는 속담이 전해온다. 도움을 주려면 적기에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초창기 베네치아인들은 수상도시답게 갯벌을 이용해 소금을 만들었다. 더욱이 중세 유럽은 소금에 세금을 매겼는데, 세금이 높아 서민들은 소금을 먹지 못할 때도 많았다. 프랑스 소금세는 신분에 따라 정해졌으며, 왕족이나 귀족, 성직자는 낼 의무가 없었다.

 

인도를 독립시킨 것은 ‘소금행진’이었다. 간디는 독립의 첫 번째 조건으로, 인도인의 소금 자족을 들었다.

“간디가 소금행진을 한 목적은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이 인도인들을 상대로 매기던 소금에 대한 항의의 뜻이었다. 인도에서 영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소금을 팔거나 사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었으며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땅을 광대한 바다가 둘러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강요대로 비싼 소금을 사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후추는 인도와 동남아가 원산지로, 다른 지역에서는 생산되지 않았다. 유럽인들이 후추를 얻기 위해 동방으로 함대를 보낸 것은 당연지사였다. 태풍에 휩쓸리거나 괴혈병에 걸려 수많은 이들이 죽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후추 쟁탈전은 십자군과 대항해시대를 연 단초가 됐다.

유럽 역사에서 밀과 연관된 무역전쟁은 나폴레옹의 러시아원정이었다. 나폴레옹은 영국으로 수출되는 러시아 밀을 막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에 밀가루 음식은 “고려시대, 중국 북송 왕조와의 교류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밀가루를 잘 먹지 않던 일본인들의 식습관을 바꿔놓은 계기는 인스턴트라면이었다.

알려진 대로 커피는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였다. 저자에 따르면 15세기까지는 유럽인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가 16세기에 터키를 통해 알게 됐다. 이 커피가 유럽에 전파된 후 프랑스 혁명을 계획한 장소는 다름 아닌 커피를 즐기던 카페였다.

<이다북스·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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