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쇼츠 영상 등 대박에도 선관위 뒤늦은 제재로 중단 ‘당혹’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어 지역마다 ‘고무줄 적용’…지자체들 볼멘소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SNS 홍보에 대한 선거법 적용 기준이 모호해 지자체들이 ‘속앓이’를 하고있다.
광주·전남 지자체나 의회가 타 지자체의 홍보 동영상, 쇼츠(Shorts·짧은 동영상)를 참고해 영상을 제작했다가 선관위의 뒤늦은 제재에 중단하는 일이 빚어지면서다.
3일 전남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최근 제작한 ‘띄어쓰기 챌린지’ 동영상에 대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선관위의 의견 제시에 따라 관련 영상을 내리고 추가 제작을 중단했다.
도의회는 지난 1월 중순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친근한 의회 이미지 구축을 위해 도의원들을 참여시켜 1분 정도의 쇼츠 영상을 제작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밈’(유행하는 문화요소)인 ‘띄어쓰기 챌린지’ 영상을 제작하면서 의원들을 참여시켜 도의회와 의원들을 소개해보자는 취지였다. 전남도와 도의회 SNS 홍보 사상 처음으로 200만 조회수를 올리며 ‘대박’을 터트렸다.
첫 출연한 도의원은 지역구인 시골 동네에서도 아는 척을 하는 젊은층이 생길 정도로 ‘스타’가 됐다고 한다.
띄어쓰기 챌린지는 ‘너무 심했잖아’(→너 무심했잖아)라는 식으로 띄어쓰기를 바꾸면 미묘하게 달라지는 상황과 분위기를 표정과 동작으로 보여주는 영상이다.
도의회는 영상 마지막 부분에 도의회와 환경 관련 문구를 집어넣어 SNS에 올렸고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자 의원 신청을 추가로 받아 ‘2탄 영상’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도의회는 추가 제작에 앞서 전남도 선거관리위원회에 ‘SNS 콘텐츠 제작 시 현역 의원 출연에 대한 선거법 저촉 여부’를 서면 질의했고 ‘구체적으로 재질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찾아가 문의한 결과, ‘공직선거법 저촉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터넷 챌린지 방식을 활용한 영상이라도 도의회 의정 활동 범위를 벗어난 지방의회 의원 홍보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의회 안팎에서는 “첫 영상 제작 후 조회수가 200만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뒤늦게 제지하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선관위는 선거 180일 전부터 ‘공직선거법 안내’ 공문을 각 지자체에 발송한다.
내용은 지자체 홍보물 발행 및 배부 제한에 관한 법규 요약과 제한내용, 허용·금지 사례 등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지자체의 사업계획 및 추진 실적, 활동 상황을 발행, 배부·방송할 수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불법선거운동이 될 수 있어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선관위의 제재 기준이 모든 지자체에 공통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도의회는 법에 저촉된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영암군, 충북도의회 등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이 출연한 비슷한 사례의 영상은 여전히 SNS에 게시돼 있다.
영암군이 올린 홍보영상에서는 영암군수가 최근 유행하는 ‘슬릭백’(미끄러지는 듯 추는 춤)챌린지를 하면서 군정을 홍보하고 있다. 이는 전남도의회 사례와 유사하지만 선관위가 게재사실조차 몰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의 인력이 부족하고 자제적으로도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모든 홍보물에 대한 모니터링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구체적 질의에 대해서만 답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입장을 도의회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같은 사정 때문에 사전문의한 지자체만 제재를 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저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선관위에 따라 ‘고무줄’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익 목적 캠페인’의 경우 전체적 내용과 지방의원 표출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면서 선관위별로 다르다 보니 비슷한 영상이 허용돼 게시돼 있는가 하면, 도의회 사례처럼 ‘위반 딱지’가 붙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전남도의회 안팎에서는 “이런 기준이라면 선관위에 문의하지 않고 슬며시 올려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신 때나 5공화국 시절에 있었던 사전검열처럼 지자체가 스스로 검열을 의뢰해야 하는 거냐”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전남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 의정활동 등 지역주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주요 정보는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 “사안마다 다르지만 의원 개인별이 아닌 의회차원의 홍보물이나 의회 특정 사업에 대한 치적 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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