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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주역 못지 않은 판소리 고수, 도창 ‘감초’들을 만나다

by 광주일보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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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창극단 김준영 고수 오는 27일 ‘판소리 감상회’ 광주예술의전당
루트머지주식회사 5~6월 공연 ‘도창이 그리는 광주의 멋과 풍류’ 도창 역 이당금
광주시립창극단 소리꾼 이은비 “판소리 조연 역할 중요성 강조하고파”

지난 25일 충장로 한 카페에서 만난 광주시립창극단 김준영 고수

판소리나 창극 공연장을 가면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소리꾼이다. 이들은 탁월한 카리스마와 구성진 성음의 ‘맛’으로 완창 공연부터 눈대목까지 전통 공연을 이끄는 ‘주역’이다.

빛나는 이들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조역’들은 또다른 ‘주인공’이다. 몇 시간 내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소리북을 치는 ‘고수(鼓手)’, 판소리가 극으로 전환될 때 등장인물이 소화하지 못하는 지문·해설을 소리로 전하는 ‘도창(導唱)’ 등은 화려한 조력자다. 그럼에도 일부 관객들은 고수를 “북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거나 도창자를 단순한 해설자로 생각하곤 한다.

주역 이상으로 전통예술 공연을 빛내는 ‘화려한 조역’ 세 명을 만났다.

먼저 광주시립창극단 김준영(41) 고수는 전남예고, 전남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2015년 광주시립창극단에 입단, 현재 전남대 대학원에서 국악·타악 전공을 수료했다. 2013년 보성소리축제 장관상, 장흥가무악전국제전 장관상 및 14년 전국고수대회 국무총리상 등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광주시립창극단 공연 ‘판소리 감상회’를 앞두고 있다.

 

김준영 고수

그는 “창극은 여러 악기, 정해진 악보 없이 수성(隨聲)반주 등을 통해 표현되는 예술 장르이다. ‘창극 고수’는 ‘판소리 고수’에 비해 ‘반주자’의 역할이 더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며 “장단의 한배(리듬)를 조절해 소리를 보완해 주고, 창자가 행여라도 실수할 때 가사를 알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3~8시간 동안 내용을 암기해야 하는 완창 발표회의 경우, 고수가 소리꾼의 ‘공백’을 채워주는 경우가 빈번하다. 김 씨 또한 ‘춘향가’ 중 ‘와상우애 진양조 대목’을 공연하던 당시 소리꾼이 가사를 잊어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운 경험이 있다.

혹여 창자가 아닌 고수로서의 아쉬움은 없는지 물었다.(고수로 국악을 하다가 소리꾼으로 전향하는 국악인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에 만족하는지 궁금했다)

김 고수는 “소위 ‘완북’ 공연을 하면 막이 내릴 때까지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돌아앉아 있는 탓에 관객들에게 왼쪽 얼굴로만 인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고수들 사이에서 신재효 선생의 ‘광대가’를 인용하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광대란 첫 번째가 인물치레, 둘째가 사설치레, 셋째가 너름새’라는 것이 바로 그것.

그는 “물론 소리꾼에 비해 고수가 덜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처럼 소리꾼과 고수는 서로 시너지를 내는 관계다”라며 “‘좋은 공연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주·조연의 구분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굳은살이 밴 그의 손은 모듬북, 소리북, 연희놀이까지 섭렵해가는 긴 국악 여정을 보여줬다. 대학 2학년까지는 꽹과리를 잡는 등 화려한 연희에 빠져 있었지만, 이후 비교적 재미가 없는 장단에 빠진 이유는 소리꾼과 ‘합’이 맞을 때 얻는 카타르시스 때문이었다. 

 

루트머지 주식회사가 오는 5~6월 펼치는 공연 ‘도창이 그리는 광주의 멋과 풍류’에 도창 역으로 출연하는 이당금 배우.

한편 ‘도창’은 판소리가 무대 위의 극으로 전환될 때 등장인물이 소화하지 못하는 지문과 해설을 소리로 전달해 주는 역할이다. 명창이나 소리꾼들이 주로 맡지만, 특별히 소리를 전공하지 않은 극예술인이 도창을 하는 경우도 있다.

루트머지 주식회사가 5~6월 매주 일요일마다 선보일 예정인 ‘도창이 그리는 광주의 멋과 풍류’에서 도창을 맡는 이는 익히 알려진 이당금 배우다.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인 그가 이번 작품 세 개 파트에서 극을 풀이한다.

이당금 배우는 연극계 30년 경력의 지역 대표 배우 가운데 한명이다. 따로 소리를 배우지 않았지만, 루트머지 측은 “기획 단계부터 이 대표를 염두에 두고 공연을 설계했다”고 한다.


이 씨는 “연극으로 치면 막간극 또는 극중극 역할에 상응하는 것이 ‘도창’이라 생각한다”며 “단순한 ‘해설자’로 여기기 쉽지만, 주역들이 작품의 모든 서사를 구현할 수 없기에 도창은 전통 공연에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광주예술의전당 창극 ‘수궁 어벤저스’에서 도창(광대) 역을 맡은 이은비 소리꾼. <광주시립창극단 제공>

아울러 지난해 광주예술의전당 ‘창극 수궁 어벤저스’에 출연했던 광주시립창극단 소리꾼 이은비(여·41)의 ‘광대’ 역도 도창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당시 ‘광대’ 역은 전통적인 도창은 물론, 객석과 단상을 오가며 노래하거나 극을 풀이하는 역할이었다. 고전적인 도창 형태를 확대했다는 평가다.

이 씨는 “공연 성격상 매번 다르지만 ‘도창’은 연배가 있는 선생님들이 맡는 경우가 많다”며 “판소리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관객과 소리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관점에서 전통 공연에 필수불가결하다”고 했다.

이어 “도창이 아무나 할 수 없는 배역인 것은 판소리 대목 전체와 성음을 이해해야 하고, 직접 소리까지 구사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주역 못지 않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감초’로서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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