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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개봉 앞둔 지역 극장가, 예술영화 미리 보기

by 광주일보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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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4월 3일 ‘키메라’, ‘라스트 썸머’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광주극장, 광주독립영화관 등 지역 예술극장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상업영화의 논리에서 자유로운 ‘예술영화’를 공식 개봉 전 미리 감상하고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3월 27일)

타닥거리는 모닥불과 눈 덮인 호수,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숲, 나무우듬지 사이를 투사하는 햇무리. 허리춤에 상처가 있어 어딘가 비밀을 감춘 듯한 검은 사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침엽림과 미려한 자연 풍광을 영화에 담아 가볍게 ‘힐링’할 수 있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인간과 자연의 대립이라는 주제를 숨겨뒀다.

도쿄 인근 작은 시골마을 ‘하라사와’에서 자연과 공생하던 타쿠미(오미카 히토시 분)는 딸 하나(니시카와 료)와 함께 살고 있는 싱글대디다. 어느날 도쿄 기업 ‘플레이 모드’ 직원들이 찾아와 마을 사람들에게 글램핑장 건립을 제안하지만, 지역 물 공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를 한다.

영화에는 대립과 갈등을 표상하는 상징들이 등장한다. 기업 ‘플레이 모드’에서 파견 온 두 직원과 하라사와 마을 사람들, 타쿠미와 하나, 자연과 인간 등 일련의 소재들이 바로 그것. 이들은 서로 치열하게 반목하지만 종국에는 타협점을 찾아야만 공생할 수 있는 존재들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마을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현명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말미에 설원을 걸어가는 하나의 모습과 어딘가 해탈한 듯한 검은 사슴의 눈망울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여운을 준다. 인간, 자연, 기업과 지역이기주의 중 과연 ‘악(惡)’은 어느 쪽인가.

‘키메라’

▲‘키메라’(4월 3일)

이렇게 흥미로운 로그라인이 있을까. ‘사랑을 찾아 헤매는 ‘초능력자 도굴꾼’과 그가 그리워하는 옛 연인’.

도굴꾼 아르투(조쉬 오코너)는 땅속 유물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자 한다. 잃어버린 유물들을 찾아 헤매며 재산을 축적한다.

그런데 아르투가 잃어버린 것은 하나 더 있다. 기억 속 한편에 묵혀 두었던 옛 연인 ‘베니아미나’도 자신의 ‘유실물 목록’에 있다. 아르투가 특별한 능력으로 놓쳐버린 사랑을 되찾아 가는 과정은 감상 포인트 중 하나.

제목 ‘키메라’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인간의 머리에 사자, 양, 뱀의 몸이 섞여 있는 혼종 괴물을 뜻한다. 작중 아르투와 도굴꾼들은 유적지에서 키메라 조각상을 발굴하는데, 에트루리아 무덤에서 도굴꾼들과 ‘거대한’ 키메라 조각상을 부숴서 옮길지 원작 그대로 옮길지 승강이를 벌인다.

아르투가 찾아 헤매던 깨진 사랑도 마찬가지로 다가온다. 도굴꾼들은 “이전에 해본 적 있다”며 조각을 부숴 옮겼다가 되붙이자고 주장하지만, 아르투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한 번 깨어진 조각들을 접착제로 되붙여도 본래의 기품을 잃듯, 사랑도 일단 신뢰를 잃고 나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메시지가 환기된다.

아르투가 유물 뿐만 아니라 ‘사랑 발굴’에 초능력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미소를 자아낸다. 죽음과 시간을 초월해 환상적인 낭만을 선사하는 판타지 로맨스 특유의 재미가 담겨 있다.

‘라스트 썸머’

▲‘라스트 썸머’(4월 3일)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동명의 작품 ‘라스트 썸머’와는 거리가 멀다. ‘미스트리스’, ‘팻 걸’ 등으로 인간의 관능을 극화해 온 카트린느 브레야가 그려낸 마지막 여름은 섹슈얼리티로 점철돼 ‘뜨겁’다.

남편 피에르와 함께 입양한 두 딸을 키우며 완벽한 삶을 영위하던 청소년 전문변호사 ‘안느’, 그의 아들 테오는 어느날 학교에서 사고를 치며 한집에서 살게 된다. 테오는 남편이 전처와 낳은 아들이라 둘 사이에는 어딘가 ‘오묘’한 기류가 흐른다. 테오는 외로워 보이는 안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면서 금지된 사랑에 빠져든다.

테오를 거부하면서도 한 편으로 빠져드는 안느의 심리묘사도 인상적이다. ‘전처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복선처럼 기능하면서 금기의 위반을 자연스럽게 승인 시키는 것 같다. 키스를 시도하는 테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안느의 모습은 에로티시즘의 한 단면을 잘 그려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적대감을 갖고 어머니에게 무의식적 성적 애착을 갖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그 반대 격인 ‘일렉트라 콤플렉스’를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작품은 많다. 이런 작품들은 인간의 본성에 정신분석학적으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라스트 썸머’는 이 같은 영화 논리를 어느정도 답습하면서 나름의 개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무쪼록 에로티시즘 격 작품은 ‘적나라한 영화 언어’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격정적인 씬들이 많아 그 본질에 충실했다. 완벽한 안느의 삶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 이와 대비되는 아늑한 풍경과 미장센 등도 훌륭한 장치들이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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