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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광주의 철수와 영희, 아무개 등 모두가 ‘1980’의 주인공

by 광주일보 2024.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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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 다룬 '1980' 오는 27일 전국 극장가 개봉 앞둬
강승용 감독 데뷔작...목포에서 중국집 주요 씬 촬영
"광주 통한의 역사가 보편적 가치 속에서 수용됐으면"

지난 27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영화 ‘1980’ 강승용 감독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다.

“촬영 전에는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가급적 5·18을 공부하고 오지 말라’는 요청을 했어요. ‘5·18 영화’를 찍는다면서 막상 리서치를 못하게 하니 황당했을 수도 있겠지만, 슬픔에 함몰돼 자칫 과잉된 표현이 나올까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만난 강승용 감독은 영화 ‘1980’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렇게 풀어냈다. 영화 ‘1980’의 시나리오는 평범한 가족이 갑작스럽게 5월 민중항쟁의 참상에 휩싸이는 내용이다. 배우들이 5월 민중항쟁을 미리 공부하는 것이 자칫 편향된 감정선을 묘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주문을 했다는 후문이다.

영화는 3월 27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왕의 남자’, ‘강남 1970’, ‘사도’, ‘안시성’ 등에서 미술감독 역할을 맡으며 ‘대한민국 미술영화계의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창작하고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것.

‘1980’은 1980년 5월 17일 광주에서 평범한 중국집 ‘화평반점’ 개점을 앞두고 있던 가족들이 5월 참상에 휩싸이면서 마주한 비극을 그렸다. 전두환이 대통령에 취임한 1979년 10월 26일까지 총 10여 일을 스크린에 담았는데, 최근 1300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이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면 없었을 비극사를 그린 작품이라는 점은 두 영화를 연장선에 놓게 한다.

영웅적인 투사 ‘이태신(정우성 분)’을 앞세웠던 서울의 봄과 달리, ‘1980’이 ‘소시민주의’를 통해 보편적인 아픔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두 작품의 차이점이다. 실제로 5·18이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비극적 역사의 보편성, 공감대를 환기하는 강 감독의 전략에 눈길이 간다.

‘1980’ 스틸컷 <무비앤아이 제공>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각인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광주의 5월’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던 일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중국집을 오픈한 평범한 가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이름마저 당시 흔했던 철수·영희로 명명한 것도 같은 이유다”라고 부연했다.

영화 예고편을 보자 ‘화평 반점’의 수려한 파사드·미장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찍이 전작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 등에서 한 폭 수묵화 같은 연출을 했다는 평을 받아 왔기에, 그의 미술감독 경력이 이번 작품에서 시너지를 일으켰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화평반점’이나 ‘영희 미장원’ 등 세트장을 구상하는 데 미술 경력이 도움 된 것이 사실이죠. 여담이지만 미술감독은 속된 말로 일 없을 때 ‘반 백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이때를 활용해 지하철이나 도서관 등에서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습니다”

강 감독은 이번 작품을 크랭크인 했던 2021년을 떠올렸다. 엄밀히 말하자면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가 외신 기자에게 찍혀 화제가 됐던 ‘5월 꼬마 상주 조천호’ 씨를 매체에서 접한 것이 이번 작품의 출발점”이라고 부연한다. 조 씨를 모티브로 작중 여덟 살 철수를 창작했다는 것. 영화 말미에는 조천호 씨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아 ‘꼬마 상주’의 실제 사진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도 흘러나올 예정이다.

“인터뷰가 끝난 뒤 곧바로 조천호 씨를 만나기로 했어요. 광주를 다룬 이번 영화에 영감을 준 데, 그리고 사진 활용 등을 승낙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죠. 영화를 촬영하며 늘 ‘오월 열사’들을 단순한 영화 소재나 모티브로만 보지 않고,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임을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한편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도 궁금했다.

강 감독은 “처음 스토리를 창작할 때부터 ‘삼촌’ 캐릭터로 백성현 배우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음악방송에서 인연이 닿은 김규리 배우도 시나리오가 완성되자마자 가장 먼저 보여줄 만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쓴 배우들을 섭외해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철수 할아버지’ 역을 맡은 강신일 배우는 현장에서 감독인 나보다도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줬다는 점에서 감사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사의 질곡을 관통하는 작품들이 스크린을 봇물 터지듯 장식하고 있어요. 신중한 문제이지만 작품 자체에 ‘정치성’이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으로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980’ 또한 ‘길위에 김대중’, ‘건국전쟁’, ‘서울의 봄’ 등 한국사를 다룬 작품들과 궤를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시사하는 바를 남긴다.

아울러 ‘1980’은 현재 텀블벅에서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 중이다. 김규리 배우·화가가 직접 그린 그림부터 감독판 각본집도 리워드로 마련돼 있다.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목표 금액 3000만원을 800% 이상 돌파한 2억 4500만원 이상을 모금했다. 영화의 취지와 주제의식에 공감한 후원자도 5200명을 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5·18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영화적 방법으로 5월에 접근했을 뿐, 광주의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광주의 슬픔’을 위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반추하는 영화의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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