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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몸의 언어로 펼쳐낸 봄의 제전

by 광주일보 202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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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광주시립발레단 ‘발레살롱 voice of spring’ 공연 리뷰
‘라 바야데르’, ‘곱사등이 망아지’ 등 일곱 작품 하이라이트
10월 전막 공연 앞둔 ‘코펠리아’ 그랑 파드되 등 미리 감상

지난 9일 광주시립발레단이 광주예술의전당에서 펼친 ‘Voice of spring’. 공연 뒤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

무용수들은 천상의 정원에서 유려한 폴드브라(팔 동작)를 선보였다. 메인 발레리나가 움직이는 동안 다른 이들은 캔버스 속 압화처럼 미동조차 없다. 마법의 벽화를 생동하는 발레로 형상화한 작품, ‘프레스코’다.

여운이 채 가시기 전 다음 작품 ‘탈리스만’의 주역이 날아 오르며 화려함을 뽐낸다. 그 뒤로도 ‘라 바야데르’, ‘코펠리아’ 등 총 일곱 작품이 연이어 펼쳐졌다. 단막 발레극들을 갈라 형식으로 한자리에서 만나는 이번 공연을 ‘발레 살롱(Salon)’이라 부르기 충분해 보였다.

지난 9일 광주시립발레단이 공연 ‘Voice of Spring’을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선보였다. 공연은 ‘봄’의 속성에 걸맞은 작품들의 하이라이트를 발췌해 한데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러시아 민간문학을 모티브로 창작한 ‘곱사등이 망아지’ 중 프레스코가 막을 열었다. 마술 채찍의 힘으로 벽화 속 네 명 여인들이 살아나 생기 있는 춤을 보여줬다. 네 명 무용수들은 움직임과 멈춤을 반복했으며 정중동(靜中動)의 묘 속에서 극적 긴장과 이완을 반복했다.

이어 정영재가 재안무한 ‘탈리스만’이 무대에 올랐다. 바람의 신이 쥐고 있는 부적 ‘탈리스만’을 훔치기 위해 인간이 님프에게 바람의 신을 유혹해주길 간청하는 앙상블이다. 성하림 발레리나는 홍석형 발레리노를 다리로 휘감고 화려한 턴을 보여줬다.

예술감독의 철학이 가장 돋보인 대목은 ‘타이스의 명상곡’이었다. 이날 공연을 위해 쥘 마스네의 원곡을 바이올린(박승원), 피아노(이유정) 라이브 연주로 연주했기 때문. MR(배경음악)을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바이올린 소품·독주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이 작품에는 반드시 실제 연주자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남녀 무용수 모두 착용한 순백의 롱 튀튀(발레스커트)는 부채꼴을 만들며 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다만 단체로 점프할 때 바닥에서 들리는 충격음이 소극장 특성상 대극장에 비해 크게 들려, 군무시 흡음 방안 모색 등이 필요해 보였다.

캐릭터 댄스(민속무용)가 돋보이는 ‘라 바야데르’ 2막은 전막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이었다. 인도의 궁중 남녀 무희가 나와 ‘전사들의 춤’을 보여줬는데 콩고 드럼을 두드리거나 공중으로 던지는 연출, 과감한 킥 등을 보여줬다. 엄격한 규칙성에 따라 전개되는 발레는 무용수들의 개별적인 개성을 드러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라 바야데르’는 인도궁정 속에서 펼쳐지는 민속무를 통해 무용수들의 개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일련의 앙트레로 관객 이목을 끄는 ‘디베르티스망’ 등을 부각하지 않았음에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작중 전사들의 몸짓은 라 바야데르 중 ‘황금신상의 춤’, ‘앵무새춤’은 물론 ‘물동이춤’ 등 다른 레퍼토리까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어지는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씬도 무용수의 심리묘사에 집중, 컨템포러리한 전개가 돋보였다. 애수 어린 낭만적 몸짓을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에 잘 접목했다는 평가다.

한편 ‘코펠리아’ 3막 중 그랑 파드되가 시작될 때는 잠깐 천장을 바라봤다. 기계인형 ‘코펠리아’의 몸짓을 묘사하는 강민지 발레리나의 팔과 다리가 실로 연결되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마리오네트를 방불케 하는 무용수의 정교한 움직임은 지난해 ‘지젤 라인’으로 불리는 유려한 곡선과는 색다른 미감을 선사했다.

코펠리아 3막 중 ‘시간의 춤’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무용수들은 등에 시계태엽을 감은 것처럼 약속된 동작을 오차 없이 펼쳤다. 백조의 호수 속 ‘마주르카’처럼 원형으로 발을 구르고 발뒤꿈치를 치는 동작은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밖에도 박관우 발레리노 등은 민속적이고 화려한 색채가 가득한 남녀 바리에이션과 코다, 피날레를 통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클라이막스를 미리 본 덕분에, 오는 10월 예정된 전막 공연 ‘코펠리아’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박경숙 예술감독은 “매번 우레와 같은 박수로 단원들에게 격려를 해주시는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지역 브랜드가치를 담은 5월 공연 ‘DIVINE’을 비롯해 10월 전막공연 ‘코펠리아’, 다음 발레 살롱 콘서트 등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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