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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지역 래퍼들이 선사하는 이색 ‘붐뱁’ 향연…‘힙합’과 더 가까이

by 광주일보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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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그룹 ‘1187’ 주최 ‘랩스테이지2: 붐뱁 스테이지’ 공연 성황
여유로운 바이브부터 타이트한 랩까지…대학동아리 출신 매력 발산

1187 대표 Lockda(이다운)

“씨 뿌리는 것 킥 앤 스네어 드럼 위에 시를 찌끄리는 것, 끼 부리는 겉멋뿐인 B급인 것들은 이해 못 할 것들로 내 팬을 꾸리는 것”(9rm의 싸이퍼 가사 중에서)

가사에서 라임(운율)이 느껴지는 힙합은 시와 닮았다. 두운·각운부터 중의적 표현으로 ‘한 대 맞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펀치라인’까지. 힙합은 문학과 많은 접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중 ‘붐뱁’은 1980~90년도 미국 힙합의 정수를 응축하는 장르로, 드럼의 둔탁한 소리 등을 목소리로 형상화한다. ‘제이 지(Jay Z)’, ‘닥터 드레’ 등 글로벌 레전드 래퍼는 물론 ‘나플라’, ‘오왼 오버도즈’ 등 국내에도 이름을 날리는 스타들이 붐뱁 장르에서 일가를 이뤘다.

지역에는 왜 이런 래퍼들이 없을까? 지난 24일 찾은 전남대 후문 공연장 부드러운 직선(북구 호동로 22-1)에서 펼쳐진 ‘랩스테이지2: 붐뱁 스테이지’는 ‘제2의 닥터 드레’를 꿈꾸는 지역 유망 붐뱁퍼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시간이었다. 출연진들은 그동안 언더그라운드·서브 컬처로 치부되던 힙합이 로컬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공연은 광주 힙합 브랜드를 목표로 지난해 론칭한 ‘1187’ 대표 이다운(랩네임 Lockda)이 기획했다. 프리스타일계에서 권위 있는 대회 SRS 등에도 출전했던 그는 무등산 정상 천왕봉의 고도(1187m)에서 모티브를 얻어 로컬 힙합공연 기획팀 1187을 만들었다. “광주에 실력 있는 래퍼들이 많은데 좀처럼 ‘로컬 바이브’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는 부족하다”는 것이 팀 설립의 이유.

공연이 시작하자 래퍼 ‘렌틸 빈’이 힙합 싸이퍼를 통해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공연은 예고 없이 여러 명 래퍼들이 같은 비트로 돌아가면서 랩을 하는 ‘싸이퍼(Cypher)’로 시작됐다.

전주에서 달려온 래퍼 ‘9rm(구름)’, 전남대 힙합동아리 SU:M에서 활약한 ‘쿠바나 햄보’, 조선대 힙합동아리 Free$t 출신 ‘U-SIK’을 비롯해 ‘렌틸 빈’, ‘잭 퓨어’, ‘소문’ 등 로컬 래퍼들도 압도적인 스킬을 보여줬다.

여유로운 바이브부터 타이트한 랩까지, 저마다의 개성이 비트에 실려 있어 싸이퍼였음에도 하나의 완성도 있는 콜라보 앨범의 트랙을 듣는 느낌을 자아냈다.

이어 개별 공연도 펼쳐졌다. 조선대 힙합동아리 ‘Free$t’ 출신 U-SIK(본명 김유식)은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표방하며 스킬풀한 래핑을 구사했다. 고음의 신시사이저와 루프 등으로 1990년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힙합 하위 장르 ‘지 펑크(G-funk·갱스터 펑크)’ 스타일로 오밀조밀 쌓은 라임의 진수를 선사했다.

날카로운 래핑이 특기인 ‘쿠바나 햄보’가 등장할 때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른 래퍼들은 프로젝션에 자신의 공연 사진, 이미지 사진 등을 띄운 것과 달리 취준생 느낌의 증명사진을 준비했기 때문. 햄보는 직설적인 가사로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외줄타기했다. 힙합이 ‘자유’를 표방하는 장르라면, 그의 래핑은 힙합의 본질에 충실하게 다가왔다. 특히 그동안 써낸 시를 모아서 만든 ‘포르쉐’ 등은 성공을 꿈꾸는 래퍼로서의 야망을 보여줘 호응을 얻었다.

찬조 출연한 래퍼 Mr.Gwee(본명 정귀환)의 육중한 목소리로 함께 부르는 ‘붐뱁 러버’도 이목을 끌었다. 미스터 귀가 묵직하게 울리는 베이스 드럼이라면 햄보의 목소리는 스네어 또는 플로어 탐의 소리처럼 다가왔다. 래퍼 필레드다임도 콜라보 무대를 보여줬다. 이어 래퍼 잭 퓨어, SoMun 등이 차례로 흥겨움을 더했다.

인터미션에 광주 힙합크루 플레이모어 소속 래퍼 ‘렌틸 빈’을 만났다. 그는 “2017년 조선대 힙합동아리 Free$t에서 활동을 시작으로 힙합에 입문했다 ”며 “랩네임 ‘렌틸 빈’은 작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렌틸콩’처럼 파워풀한 래핑으로 지역 힙합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의 모습과는 달리, 공연이 시작되자 그는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곡 ‘Till i die’ 등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전주에서 달려온 래퍼 ‘9rm’도 특색 있는 보이스톤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프리스타일 래핑부터 앨범에 수록하려 준비 중인 곡 ‘인트로’, ‘에너지’를 비롯해 타인들의 삶을 상상하며 쓴 ‘I AM’ 등을 들려줬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박정연(여·27) 씨는 “잭 퓨어 등 오늘 라인업한 래퍼들을 응원하러 왔는데, 실제로 라이브를 접하니 기대하던 것 이상이다”며 “힙합 문화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앞으로도 많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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