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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5·18 영화 ‘1980’…광주 화평반점에 ‘봄’은 오지 않았다

by 광주일보 202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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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일 개봉 앞둔 영화 ‘1980’
강신일·김규리·백성현 등 출연
목포 남촌서 촬영…일부 광주서도
‘서울의 봄’이어 흥행 이어갈지 관심
“MZ세대에 5·18 제대로 알리고 싶어”

촬영을 위해 특수제작한 목포 ‘화평반점’과 ‘영희 미장원’ 세트장. <굿픽처스 제공>

“서울의 봄은 오지 않았다”

얼마 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전두환, 하나회 일당의 쿠데타 과정을 그린 영화는 1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안의 화제가 됐다. 당시 신군부는 군사 반란과 이듬해 5·18을 매개로 정권 탈취를 감행한다.

그리고 2024년 5월, 광주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79년, 80년 엄혹의 시간이 가뭇없이 흐르고 간신히 맞게 된 봄. 광주의 5월 비극을 그린 영화 ‘1980’이 오는 3월 27일 전국 극장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강승용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1980’은 “서울의 봄은 오지 않았다”라는 비극적인 문구를 내걸고 12·12 군사반란에서 5·18로 이어진 비극의 역사를 조명한다.

작품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소시민들의 삶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굿픽처스와 (주)히스토리디앤피가 제작을 맡았으며 주연으로 강신일,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김규리,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 목종 역을 맡은 백성현 배우 등이 참여했다.

영화는 당초 ‘화평반점’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제목을 ‘1980’으로 변경했다. 광주의 아픔을 의미하는 네 자리 숫자가 주는 상징성과 무게감 때문일 것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메인 예고편과 시놉시스에 따르면 영화는 40년 전통의 낙지 짜장을 자랑하는 화평반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초입은 5·18 발발 하루 전인 5월 17일 철이 할아버지(강신일 분)가 ‘화평반점’ 오픈을 준비하는 장면을 초점화한다. 평생 남의 중국집에서 수타면만 뽑아왔던 그가 마침내 자신만의 점포를 오픈한 것.

‘화평반점’에는 80년대 히트곡 가수 윤향기의 ‘나는 행복합니다’가 흘러 나온다. 신장개업을 축하하는 마을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평화로웠던 모습은 계엄군과 시민들로 뒤엉킨 거리와 오버랩되면서 앞으로 다가올 참사를 예고한다.

작중 광주 화평리에서 ‘영희 미장원’을 운영하는 한수연이 써내려가는 서사도 볼거리다. 서울 출신이지만 군인 남편을 따라 광주로 이주하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여기가 빨갱이 중국집입니까?”

중국 음식점을 개업해 행복에 가득 찼던 할아버지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계엄군으로부터 난데없는 질문을 받는다. 둘째 출산을 앞둔 맏며느리(김규리), 결혼을 준비하고 있던 아들(백성현) 등은 빨갱이 음식점이라는 누명을 쓰고 폭도로 내몰린다. 물론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픽션이지만, 일부 서사는 광주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비극을 그대로 옮긴 ‘다큐’에 가깝다.

평범한 가족들은 “내가 빨갱이 같느냐”고 반문하며 폭도가 아님을 서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일부 씬을 광주에서, 대부분의 씬을 목포 남촌 공간에서 촬영했다는 점은 흥미를 배가시킨다.

그동안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꽃잎(1996)’, ‘화려한 휴가(2007)’, ‘택시운전사(2017)’ 등이 나름의 작품성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된 바 있다.

강 감독은 이번 ‘1980’은 파괴당한 소시민 삶에 좀더 밀착해 그리는 전략을 취했다. 또 ‘왕의 남자’, ‘안시성’ 등에서 미술 작업을 담당했던 터라 이번 작품에서 독특한 미감으로 ‘보는 맛’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화평반점의 붉고 화려한 파사드(조형)부터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 삐에로들, 가두시위를 펼치는 청년들, 예스러운 건물 등이 수려한 미장센으로 스크린을 장식한다.

‘062)518-1980’. 영화 포스터에 쓰여 있는 화평반점의 가상 연락처다. 그 시절 광주의 지역번호(0347)가 아니라 현재 지역번호(062)와 함께 ‘5·18’, ‘1980년’을 나란히 열거해 영화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부각한다. 질곡의 현대사를 거쳐 오며 ‘화평(和平)’할 수 없었던 1980년 광주의 아픔에 ‘수화기를 들고 언제든 전화하라’는 현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영화를 공동 제작한 굿픽처스 윤여창 대표는 “소위 MZ세대 사이에서 5·18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일각에서는 5월 광주의 상처를 폄훼하거나 오도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며 “소시민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 많은 시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5·18을 제대로 알리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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