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까지 광주롯데백화점 갤러리
로망스 하면 대개 남녀의 사랑이나 꿈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로망스가 있을 것이다. 험난한 세상을 살면서 위안이 되는,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로망스 하나 정도 말이다.
박현진 작가의 개인전에서 맞닥뜨리는 ‘로망스’는 익히 아는 로망스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가볍지 않다. 깊다. 의미가 복합적이다.
롯데백화점 광주점 11층 롯데갤러리에서 오는 3월 24일까지 열리는 ‘ROMANCE 로망스’. 국내외에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 작가의 첫 광주 전시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창작 과정도 하나의 ‘작품’이다. 작가는 디지털카메라로 이미지나 순간을 포착한다. 이후 모든 색을 뺀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들(로망스)을 모티브 삼아 컬러를 입힌다.
일련의 과정은 판화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표면에 여러 겹들이 층위를 이루며 만들어내는 컬러의 입자는 신비롭고 아름답다. 추상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색체 실험의 단면을 보여주는 평면회화랄까. 마치 미국 추상주의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이 환기된다. 작가 또한 마크 로스코의 작업을 떠올렸음직하다.
풍경사진이 분명한데 보이는 것은 추상화다. 과연 작품은 사진인가 회화인가. 아니 어디까지가 사진이며 어느 영역부터 회화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물음은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
이은하 콜렉티브오피스 대표는 “어떤 작품은 식민지나 제국주의 등 역사성을 내재하고 있지만 그것에 컬러를 입힘으로써 추상성을 발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관람객이 각자 로망, 이상에 따라 작품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ROMANCE’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다’이다”며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진들에 명사와 형용사, 동사 대신 감각의 색을 입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고 언급한다.
한편 박 작가는 성균관대 공과대학 재학시절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베르사이유 예술대학을 졸업했다. 파리 소나무 아뜰리에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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