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가수 77팀에 다시 기회 주는 ‘싱어게인3’ 최근 종영
보컬리스트 4인 그룹으로 컴백하는 여정 그린 ‘골든걸스’
기존 예술가 새로운 면모 부각 호평…‘신선함 잃을 수 있다’ 우려도
“다시 나를 부르다”
음악 오디션의 흥행과 맞물려 관련 프로그램들의 론칭 기세가 무섭다. 새롭게 선을 보인 MBN ‘현역가왕’은 지난 9회 시청률 15.2%를 기록했으며, 8090의 감성을 트롯으로 전한 ‘오빠시대’는 성공적으로 10부작의 종지부를 찍었다. 시청률 17%(6회)를 돌파해 미스터 트롯 등 전작의 아성을 이어가는 TV조선 ‘미스트롯3’도 주목받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차용하지만, 최근 ‘리부팅(Rebooting) 오디션’을 통해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 번 대중에게 얼굴을 각인시켰다가 이미지를 쇄신(리부팅)하려 재출연하는 예술가들의 면면은 ‘익숙하면서 새롭’다. 대중은 아티스트의 이색적인 면모를 볼 수 있고, 방송가는 어느 정도 흥행 수표가 되는 연예인을 출연시켜 상업성을 꾀하니 윈윈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싱어게인3’와 ‘골든걸스’는 이러한 포맷을 잘 활용한 프로그램들이다. 지난주 종영한 JTBC 싱어게인3는 콜센터 알바, 파트타임 잡 등을 병행하던 무명 가수 77팀이 출연해 이름을 숨기고 번호로만 경연을 진행했다. 출연 조건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을 이미 세상에 한 번 이상 선보인 적 있는 예술가로 제한했다. 프로그램은 방송 내내 화제성을 유지했고 우승자로 홍이삭을 배출했으며, 최고 시청률 8.5%를 기록했다.
아울러 KBS2에서 방영 중인 골든걸스는 국내 정상급 보컬리스트들을 JYP가 프로듀싱해 신규 그룹으로 컴백하는 내용이다.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등 저마다의 장르, 커리어로 음단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이 ‘중년 걸그룹’이 되는 모습은 올드팬들에게도 새로웠을 것 같다.
재출연은 출연진 풀이 작은 트롯, 힙합 프로그램 등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트롯쇼’나 ‘미스터트롯’,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은 그 일례다. 고등래퍼1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던 래퍼 김하온(HAON)이 시즌 2에서 눈부신 활약과 동시에 우승을 거머쥔 것, 매회 출연마다 성장을 거듭해 영앤리치레코즈의 수장이 된 수퍼비, 쇼미더머니 전 시즌 지원으로 끝내 감동의 서사를 보여준 래퍼 에이체스 등의 활약은, 기시감을 지워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재출연이 방송가에서 유행을 타면서, 리부트 오디션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다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신진 예술가를 발굴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화제가 될 법한 기존 출연자들만 지나치게 초점화해 정작 신인들이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선도 공존한다.
‘싱어게인3’에는 KBS2 슈퍼밴드 1에 출연했던 58호 가수, 같은 프로그램에서 최종 3위를 기록했던 40호 가수가 ‘경력직’으로 재출연했다. 또 MBN 보이스킹·KBS2 ‘새가수’·채널A ‘보컬플레이’ 우승자들을 비롯해 JTBC ‘팬텀싱어1’ 위너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조 격 Mnet ‘슈퍼스타K1’ 출연자 등이 대거 재출연했다.
물론 이들은 다시 노래한다(싱 어게인)는 취지에 맞춰 재출연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근 3~4년 이내 주요 프로그램 등에서 우승한 경력자들이 다수 무대에 서는 것은, 신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자임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자칫 신선함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주정민 교수는 “‘리부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예전에 보지 못했던 면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며 “행여라도 지나치게 시청률을 의식해 인위적으로 기획하는 모습이 보이면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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