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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유일 영화비평지 ‘씬1980’ 김수진 편집장
지역 영화 종사자 인물·작품 소개
독자들에 신뢰 받는 플랫폼 지향
광주는 끊임없는 창작의 원천
미래 그린 영화 만들고 싶어
“‘씬1980’ 창간 준비호 당시 첫 인터뷰가 아직도 생생해요. 영화 ‘신기록’으로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최고의 단편영화상을 받은 허지은·이경호 감독을 만났는데, 저와 나이대가 엇비슷했음에도 어떤 ‘아우라’가 느껴졌죠. 광주를 주축으로 활동하던 그들을 보며 지역영화의 가능성을 어렴풋이 가늠했습니다”
지역에서 유일한 지역영화비평지 ‘씬1980’ 편집장 김수진(35) 씨는 5년 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9년 9월 창간준비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7권의 잡지를 펴냈다. 초창기 편집위원으로 시작해 11호부터 지금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을 광주 토박이로 소개했다. 전대 독문과 졸업 후 서울에서 발행되는 영화잡지 ‘무비스트’ 등에서 영화기자를 하며 견문을 넓혔다.
그러나 정작 꿈을 품고 상경했던 서울은 자신이 그리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대도시의 혼란과 9호선의 번잡함 등은 그에게 다시금 지역으로 ‘유턴’을 결정하게 했다. 이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에서 문화예술기획을 공부했으며 현재 박사과정 수료 상태다.
그는 돌아온 고향 광주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김 씨가 주축이 돼 펴내는 ‘씬1980’은 지역에서 영화에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 및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광주도 이렇게 영화 하고 있다”라는 목소리를 전파하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지향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발행하는 잡지는 지역에서 영화비평지로 유일하다.
김 씨는 “물론 ‘지역 유일’이라는 표현도 감사하지만, 오히려 수식어가 없는 잡지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씨네21’에 특별한 수식어가 붙지 않는 것처럼) ‘씬1980’이라는 브랜드 자체로 독자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신뢰받는 플랫폼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신호(16호)에는 영화계를 달궜던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사건 외에도 올해 영화진흥위원회 지역 예산이 삭감된 상황 속에서 지역영화계의 생존을 논의한 라운드테이블 관련 글 등이 수록됐다. 또 독립 예술영화산업 전반을 분석한 ‘신경쇠약 직전의 극장들’이라는 글도 이목을 끌었다.
지역 영화계를 ‘고사 위기’로 진단한 이유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사실 극장은 분투 중이지만, 그보다 한국의 독립영화 자체가 비슷한 작품을 답습하거나 기시감이 있는 창작물을 선보이는 것이야말로 본질적인 위기”라는 것. 이어 “다양한 지역영화제 출품작들을 심사하다 보면 주제의식이나 이미지의 활용, 영화의 구조적 측면에서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의 말은 지역영화 전문가가 내놓은 분석이자, 딜레당트(애호가)의 ‘애증 섞인 호소’로 들렸다.
그가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디아스포라 영화’이다. 송 라브렌티 감독이 만든 ‘고려사람(1992)’, ‘바둘의 땅(1990)’ 등 관련 영화를 분석하는 한편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했던 고려인 감독들이 초점을 뒀던 역사 속 방외자 문제도 천착하고 있다.
김 씨는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조지오웰의 ‘1984’을, 애정하는 철학자로 니체 등을 꼽았다. 기성 권력의 위계성에 대한 기계적 편입을 거부하고, 해체주의적 철학에 결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이른바 ‘탈중심화’를 다루는 디아스포라적 연구 주제와 궤를 함께 한다.
‘하루에 꼭 영화 한 편을 보고, 한 달에 수백 편을 본다’는 그에게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영화 속 캐릭터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건넸다. 김 씨는 “과거의 저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검은 괴물 ‘가오나시’를 떠올릴 수 있다. 상대에 따라 목소리를 바꾸고 자아마저 갖고 있지 않은 가오나시가 마치 세간의 이목이나 평판 등에 집착하던 ‘과거의 나’와 일견 닮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영화 ‘시카고’에 등장하는 주인공 ‘록시’는 현재의 김수진에 오마주하고 싶다”며 “록시는 권위적인 남성편력의 그늘 속에서 욕망을 감추고 살아가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을 초점화해 타자를 선망하지 않는 캐릭터”라고 답했다.
영화계에서 입문하며 가오나시처럼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점차 록시와 같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김 씨는 올해 편집장직을 내려놓고 단편 독립영화 촬영에 매진할 예정이다.
“광주천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영화를 촬영해 보고 싶습니다. 미래 광주는 어떨지 그려보는 거죠. 영화를 하는 한 앞으로도 광주는 저에게 끊임없는 창작의 원천이 될 것 같아요.”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지역에서 유일한 지역영화비평지 ‘씬1980’ 편집장 김수진(35) 씨는 5년 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9년 9월 창간준비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7권의 잡지를 펴냈다. 초창기 편집위원으로 시작해 11호부터 지금까지 편집장을 맡고 있다.
김 씨는 자신을 광주 토박이로 소개했다. 전대 독문과 졸업 후 서울에서 발행되는 영화잡지 ‘무비스트’ 등에서 영화기자를 하며 견문을 넓혔다.
그러나 정작 꿈을 품고 상경했던 서울은 자신이 그리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대도시의 혼란과 9호선의 번잡함 등은 그에게 다시금 지역으로 ‘유턴’을 결정하게 했다. 이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에서 문화예술기획을 공부했으며 현재 박사과정 수료 상태다.
그는 돌아온 고향 광주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김 씨가 주축이 돼 펴내는 ‘씬1980’은 지역에서 영화에 종사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 및 에피소드 등을 소개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광주도 이렇게 영화 하고 있다”라는 목소리를 전파하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지향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발행하는 잡지는 지역에서 영화비평지로 유일하다.
김 씨는 “물론 ‘지역 유일’이라는 표현도 감사하지만, 오히려 수식어가 없는 잡지를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씨네21’에 특별한 수식어가 붙지 않는 것처럼) ‘씬1980’이라는 브랜드 자체로 독자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신뢰받는 플랫폼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신호(16호)에는 영화계를 달궜던 ‘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사건 외에도 올해 영화진흥위원회 지역 예산이 삭감된 상황 속에서 지역영화계의 생존을 논의한 라운드테이블 관련 글 등이 수록됐다. 또 독립 예술영화산업 전반을 분석한 ‘신경쇠약 직전의 극장들’이라는 글도 이목을 끌었다.
지역 영화계를 ‘고사 위기’로 진단한 이유를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사실 극장은 분투 중이지만, 그보다 한국의 독립영화 자체가 비슷한 작품을 답습하거나 기시감이 있는 창작물을 선보이는 것이야말로 본질적인 위기”라는 것. 이어 “다양한 지역영화제 출품작들을 심사하다 보면 주제의식이나 이미지의 활용, 영화의 구조적 측면에서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의 말은 지역영화 전문가가 내놓은 분석이자, 딜레당트(애호가)의 ‘애증 섞인 호소’로 들렸다.
그가 대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디아스포라 영화’이다. 송 라브렌티 감독이 만든 ‘고려사람(1992)’, ‘바둘의 땅(1990)’ 등 관련 영화를 분석하는 한편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했던 고려인 감독들이 초점을 뒀던 역사 속 방외자 문제도 천착하고 있다.
김 씨는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조지오웰의 ‘1984’을, 애정하는 철학자로 니체 등을 꼽았다. 기성 권력의 위계성에 대한 기계적 편입을 거부하고, 해체주의적 철학에 결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이른바 ‘탈중심화’를 다루는 디아스포라적 연구 주제와 궤를 함께 한다.
‘하루에 꼭 영화 한 편을 보고, 한 달에 수백 편을 본다’는 그에게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영화 속 캐릭터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건넸다. 김 씨는 “과거의 저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검은 괴물 ‘가오나시’를 떠올릴 수 있다. 상대에 따라 목소리를 바꾸고 자아마저 갖고 있지 않은 가오나시가 마치 세간의 이목이나 평판 등에 집착하던 ‘과거의 나’와 일견 닮아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영화 ‘시카고’에 등장하는 주인공 ‘록시’는 현재의 김수진에 오마주하고 싶다”며 “록시는 권위적인 남성편력의 그늘 속에서 욕망을 감추고 살아가지만, 결국 자신의 욕망을 초점화해 타자를 선망하지 않는 캐릭터”라고 답했다.
영화계에서 입문하며 가오나시처럼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점차 록시와 같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김 씨는 올해 편집장직을 내려놓고 단편 독립영화 촬영에 매진할 예정이다.
“광주천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영화를 촬영해 보고 싶습니다. 미래 광주는 어떨지 그려보는 거죠. 영화를 하는 한 앞으로도 광주는 저에게 끊임없는 창작의 원천이 될 것 같아요.”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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