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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파워풀한 음악에 ‘시대의 아픔’ 담아내다

by 광주일보 2024.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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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혼성 펑크밴드 ‘투파이브’
10년 맞아 ‘봉선화 속 흉터’ 발매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위로 담아

전남대 후문 라이브카페 부드러운 직선에서 만난 펑크밴드 ‘투파이브’ 맴버들. 왼쪽부터 정찬영, 권선제, 양지연 씨.

 

드럼을 때리는 킥 앤 스네어, 적막을 가르는 펑크록 보컬과 묵직한 베이스의 전율.

지난 15일 밤 전대후문 라이브 클럽 ‘부드러운 직선’(북구 호동로 22-1)에 들어서자마자 기자를 맞이한 소리들이다. 별안간 펑크 스피릿이라니……. 십여 년 전 이곳은 성가대 목소리가 울려 퍼지던 교회였다고 한다.

공연장 안쪽으로 향하자, 빵 모자를 푹 눌러쓴 소녀와 스냅백 보이 두 명이 악기를 들고 멋진 포즈로 기자를 맞이했다. 내심 ‘뭐 하는 거지’ 싶었는데 사뭇 진지한 모습에 웃을 수만은 없었다. 범상치 않은 세 뮤지션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광주 인디신에서 십 년 이상 활동하며 잔뼈를 키워 온 펑크밴드 ‘투파이브’. 노래를 미리 듣고 간 까닭에 데스메탈스러운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막상 만나보니 순박한 청년들이었다.

투파이브는 목포공고 밴드부 ‘레드스카이’ 출신 보컬리스트 권선제(32·대표)를 주축으로 기타리스트 정찬영(24)과 드러머 양지연(여·23)이 합류한 3인조 펑크밴드다. 10년 간 맴버의 교체 등이 있었음에도 권 씨가 중심을 잡았다. 이어 지난 22년 한 공연장에서 투파이브의 자작곡을 듣고 필이 꽂힌 소녀 팬 양 씨가 드러머 자리를 꽤찼다. 이후 가까이서 일을 돕던 정 씨가 기타를 잡으면서 삼인조 완성체가 된 것. ‘맴버들 중 과반이 ‘투파이브 성덕’(성공한 덕후)이 아니냐’는 말에 이들은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투파이브는 25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를 모티브로 한 앨범 ‘봉선화 속 흉터’를 전국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다. 앨범 재킷은 양 씨가 직접 찍은 파도와 너울 사진으로, 바다 건너 먼 타향에서 꽃잎 같은 청춘을 희생당했던 일본군 위안부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나가면 그만인지 흘러가면 끝난건지/ 속에 남은 기억들 아물지 않은 상처 들만 남았는데 남았는데/ 희망을 가져본다/ 돌아와 내 꽃송이 들아/ 다시 돌아와 내 꽃송이들아”

곡을 듣고 있으니 서정적인 가사가 와닿았지만, 기저에는 펑크 록의 강렬한 기류가 흘렀다. 음울한 멜로디가 아니라 파워풀하고 직선적인 사운드로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무한다는 점에서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광주는 5월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인 만큼, 위안부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 문제에도 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에는 나주에 위안부소녀상을 만든 임정임 작가의 아들 김세형 씨가 출연해 의미를 더했죠”

이번 곡의 취지 등을 설명하는 권 씨의 얼굴은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작사·작곡부터 녹음, 믹싱, 편곡까지 투파이브가 직접 맡아 위안부 문제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뮤직비디오 촬영과 프로듀싱까지 전부 ‘셀프’로 진행해 앨범에 대한 애착이 크다.

광주 북구에서 집배원으로도 일하고 있는 권 씨의 독특한 이력도 눈길을 끈다. 낮에는 사람들의 편지를, 밤에는 음악을 배달하고 있다. 콧노래로 자작곡을 흥얼거리다 옆길로 새는 바람에 난처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예술가’와 ‘생활인’이라는 두 역할에 충실하며 뚝심 있게 음악활동을 이어 왔다.

이날 투파이브는 사연을 신청하면 이와 어울리는 곡을 들려주는 미니 콘서트도 펼쳤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활동을 지속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열약한 인디 신 뮤지션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럼에도 투파이브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나름의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좋아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이 등치될 수 있다는 새로운 ‘공식’을 보여주는 듯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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