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꿈을 쏘다 <1>시립발레단 강민지 수석발레리나
‘DIVINE’·‘지젤’ 등 주연으로 활동
한국발레협회 신인발레리나상 수상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라는 ‘채찍질’
2024년 올해도 다양한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의 기량을 연마하기 위해 땀을 흘리는 예술가들이 많다. 공연,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이 기대되는 주목받는 지역의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일생에 한 번뿐인 한국발레협회 ‘신인발레리나상’을 수상하게 돼 뜻깊고 영광스럽습니다. 그동안 춤추며 지내온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며 격려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지난 8일 광주예술의전당 광주시립발레단 연습실(B홀)에서 만난 강민지(29) 수석발레리나는 그렇게 자신을 낮췄다.
그는 한 해 동안 시립발레단의 ‘DIVINE’, ‘지젤’ 등에서 주연으로 활동하며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무대 위에서 보여줬던 압도적인 모습과는 달리 다소 수줍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먼저 지난 해 화두에 올랐던 컨템포러리 발레 ‘DIVINE’에 대해 물었다. 강 씨는 주재만 안무가가 작업한 ‘누가 채워주려나’를 준비했던 과정을 떠올리며 “‘자유’를 주제로 한 1장에서는 처연함과 숭고라는 대비되는 모습을 동시에 묘사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컨템포러리 발레는 클래식과 달리 주된 서사를 잃어버리지 않는 선에서 순간적인 감정에 완전히 빠져 안무를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무용수들은 짧게는 1~2주, 길게는 수개월을 준비해 무대에 오르는데 공연 시간은 채 2시간 남짓도 되질 않는다. 이에 대해 강 씨는 “실전에서 일말의 아쉬움도 남지 않도록 ‘무한 연습’하는 편이다”고 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연습실에 나와 안무를 점검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물었다. 작년 선보였던 세계적인 낭만발레 ‘지젤’이 그 답으로 돌아왔다.
강 씨는 공연 당시 1막 하이라이트 ‘매드씬’ 속 ‘광인’을 연기했는데, 대사가 없는 무언극인 탓에 오롯이 몸의 언어로만 우울, 비탄 등을 전해야 하는 점 등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극단 지인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무용수와 관객들의 감정이 일치되지 않는 ‘전달 지연’등에 유념하면서 배역에 몸을 덧씌우는 드라마를 표현하려 노력했다는 것. 당시에는 리허설이 끝난 뒤에도 평소 듣지 않던 서정적인 음악만 들을 정도로 배역에 ‘몰입’했다는 후문이다.
강 씨의 말을 듣고 있으니 영화 ‘블랙 스완’ 등에서 무한 경쟁으로 표상되던 무용수의 세계가 떠올랐다. 실제 삶과 예술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한 가지를 오래 해온 사람들의 경쟁은 늘 치열한 법이지만, 항상 타인과 경쟁하지 않고 나 자신과 경쟁하려 했다”며 연습실 거울을 쳐다봤다.
발레리나들이 매일 마주하는 대형 전신거울이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몸의 굴곡을 고스란히 비췄다. 거울 속 모습은 어떠한 편집도 없이 인간 본연의 있는 그대로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여지껏 스스로를 바라보며 수없이 한계를 마주하고 극복했을 무언의 힘 같은 게 느껴졌다.
기자는 이날 강 씨에게 기본기부터 연결 동작을 배워보기도 했다. 기본 발동작인 1,2,4,5번 자세는 발목을 꺾어 두 발을 수평으로 놓아야만 했는데, 많은 훈련과 유연성이 필요해 보였다.
강 씨는 이어 발레의 꽃이라 불리는 ‘아라베스크’를 시연했다. 한 쪽 발을 들어올린 채 고고한 백조 같은 자태를 펼쳤고, 곧바로 연결 동작인 ‘스트뉴’(스핀)를 연계하며 연꽃 형상을 만들어 냈다. 기술을 처음 시도해본 기자는 어설프게나마 따라했지만 ‘정확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긴 훈련의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작년엔 춤 추기에 바빴다면 올해는 그래도 저 자신을 좀 돌보면서 춤 추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좋은 공연에 대한 욕심은 꺼지질 않네요, 관객 여러분들께서도 올 한해 발레리나 강민지를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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