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성천기자

“무등에서 시작된 용틀임,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by 광주일보 2024. 1. 11.
728x90
반응형

박소빈 초대전, 오는 3월 24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회화 등 150여 작품…‘용의 부활-무등의 신화’ 눈길

박소빈 작가가 구례 화엄사에서 접한 ‘용’ 형상과 부석사 설화는 평생 화두가 됐다. 작품은 ‘부석사 설화-새로운 신화창조’.

화면 속 용은 끊임없이 부풀어 오른다. 마치 형형색색의 비눗방울 같다. 둥둥 떠다니며 세포분열을 하는 용은 뭉게구름 같기도, 무지개 같기도 하다. 한편으론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실타래가 허공으로 풀어헤쳐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도 같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박소빈 작가의 ‘미르 사랑, 용의 무한한 신화’.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다 작가의 상상력에 깃든 용의 실체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12지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 바로 용이라는 사실을 그는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용이 아닌 다른 동물이었다면 이렇게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하게 풀어내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작가의 넘치는 창작 에너지를 감안하면 충분히 형상화가 가능하겠지만 신화적이면서 심미적인 모티브로 용을 능가할 소재는 없을 듯하다.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광주시립미술관(관장 김준기)에서 열리고 있는 박소빈 ‘용의 신화, 무한한 사랑’전(3월 24일까지 본관 제5~6전시실).

특유의 상상력을 매개로 생명력 넘치는 그림을 그려 온 박소빈 작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연필을 덧칠해 구현한 용의 형상과 그것이 발하는 신비로움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박 작가는 중국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펼쳐왔으며, 지난 2009년 뉴욕 브루클린 BOS 스튜디오 입주작가로 활동한 이후로는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박 작가는 용을 모티브로 무한대의 상상의 나래를 편다. 관객들은 하늘을 나는 용의 등허리에 앉아 작가가 펼쳐내는 신비한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그저 용을 타고 하늘로 우주로 날아다닌다면 그것은 잠시 잠깐의 유희에 지나지 않을 터.

그러나 작가는 동양미학, 불교사상 같은 이상적 세계관을 용에 투영해 단순히 비룡의 스릴만이 아닌 사유의 깊이까지 담보해낸다.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은 회화를 비롯해 영상, 판화, 입체, 드로잉 그리고 아카이브 자료까지 모두 150여 점이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용의 부활-무등의 신화’. 오른쪽 아래에는 옛 전남도청 분수대가 똬리를 틀고 있다. 왼쪽 상단에는 화룡점정(畵龍點睛)처럼 박힌 커다란 용의 눈이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무등산 줄기에서 시작된 민주주의 영혼이 마치 비룡처럼 용틀임을 한 뒤, 광주를 넘어 세계를 향해 부활하는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박 작가는 “2024년 갑진년 새해는 새로운 신화가 광주에서 시작돼 세계를 향해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무등의 신화’가 생명과 무한한 사랑으로 전이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화려한 색감과 이색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부석사설화-새로운 신화창조’도 이채롭다. 작가는 판화기법에 연필로 드로잉을 한 뒤 다양한 색상을 입혀 섬세함과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북경에 있을 당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용’ 작업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부석사 설화를 알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그림 앞에서 사랑의 불멸을 기원해봄직도 하다.

김민경 학예사는 “박 작가는 젊은 시절 구례 화엄사에서 ‘용’의 형상을 접했으며 이후 부석사 설화를 알게 되면서 평생 자신의 화두로 삼게 됐다”며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용을 다양한 구상과 신화적 상상력을 매개로 풍성하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필로 그린 그림은 단순한 스케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박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 활동으로 연필화는 회화의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시실에는 박 작가의 대학시절 작품 ‘21살, 시대의 자화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진화해온 다양한 형상의 용이 ‘똬리’를 틀고 있다. 오브제임에도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된 ‘This is sobin’도 눈길을 끈다. 작가의 손에서 닳아 없어진 무수히 많은 연필의 흔적이 가늠된다. 마치 작가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또 다른 용을 표현하기 위해 몽당연필과 그 잔해는 호명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막행사는 오는 18일 오후 5시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며, 이에 앞서 오후 2시에는 심포지엄이 예정돼 있다.

김준기 관장은 “새해 시작된 박 작가의 미적 자장이 광주와 중국 너머 유럽 베니스 등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며 “작품이 주는 생명과 꿈의 에너지가 많은 이들에게 전이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아시아성 모티브 창·제작…시민과 공유

아시아 현대 미술 거장전, 히잡전, 우수공연 상영 신비한 극장, 브런치 콘서트, 슈퍼 클래식, 빅도어 콘서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이강현, ACC)은 올해도 아시아성을 모티브로 한 창·제

kwangju.co.kr

 

‘모든 지역에는 지역 영화가 있다’ 지역영화 비평지 ‘씬1980’ 조명

지역영화계는 문자 그대로 ‘위기’다.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의 국내 영화제 예산이 50억 2000만 원에서 24억 원으로 52.2% 삭감되면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기 때문. 작년에는 60년 만에 원주아카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