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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삶의 버킷리스트 점검하다 무작정 창작에 뛰어들었죠”

by 광주일보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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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신인작가 3인 인터뷰
유재연 소설가“‘나도 이런 당선 전화 받는구나’ 감사했다”
엄지인 시인“시 쓰면서 더 나를 알아가고 함께 성장할 터”
정화영 동화작가“계속 습작하며 작품 수 늘렸던 게 큰 도움”

왼쪽부터 유재연 소설가, 정화영 동화작가, 엄지인 시인.

문학출판계 새해 가장 관심이 있는 소식은 바로 ‘신춘문예’다. 주요 일간지 신년호에 부문별 당선작이 발표되면 문학청년을 비롯해 문학애호가들, 독자들의 시선이 쏠린다. 과연 올해는 어떤 신인이 신춘문예 당선의 영예를 안았을까 라는 궁금증 때문이다.

기자는 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3명의 신인 작가들과 얼마 전 전화와 지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유재연(소설), 엄지인(시), 정화영(동화) 세 신인들에게선 신춘문예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는 기쁨과 함께 문학의 길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등이 읽혔다.

유재연 소설가는 당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당선 전화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뜻밖이었다”며 “놀랍고 감사했는데 ‘나도 결국은 이런 전화를 받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엄지인 시인은 “오후 늦게 쇼파에 앉아 쉬고 있다 전화를 받았는데 가족들은 저보다 더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며 “행운에 익숙지 않아서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당선 통보 당시에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화영 동화작가는 “뭐랄까,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어렸을 때 그렇게 갖고 싶었던 도깨비방망이가 내 머리를 한 대 때리고 ‘소원을 말해 봐!’라고 소리치는 것 같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소감에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다. 오래 전부터 신춘문예에 대한 꿈을 품고 도전을 해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문학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히려 문학이 먼저였고 그 다음 삶에 입문한 것 같아요. 하루종일 말없이 책만 읽는 아이였으니까요.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인생은 돼지 뜀박질’이라는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돼지가 힘들게 언덕을 올라갔는데 꼭대기에서 돌부리에 걸려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는 내용이었죠.”(유재연)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가족을 위해 달려온 저 자신에게 무언가 보상해주고 싶었습니다. 일기 쓰기를 좋아하고 성탄 카드를 보낼 때도 시를 써서 보내던 유년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우연히 생오지문예창작촌을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시 창작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엄지인)

“문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졌던 꿈이었습니다. 먹고 사는 일에 매달려 방송 작가로 열심히 일했지만, 그 ‘순수’라는 단어에 대한 열망을 버릴 수가 없었죠. 코로나19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불안의 펜데믹 한가운데로 내던져지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거예요. 위기 상황에서 삶의 버킷리스트를 점검하다가 무작정 동화의 세계에 뛰어들었으니까요”(정화영)

그러나 열망만으로 창작의 길이 활짝 열리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문학은 모티브와 사유, 글쓰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서 결실의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재연 소설가는 어느 땐 ‘과연 죽기 전에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들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럴 때마다 ‘이 일을 정말로 좋아서 하는 거니까 자격증 공부하듯 하자’는 마음을 가졌다”며 “성공과 실패에만 연연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타일렀다”고 언급했다.

엄지인 시인은 주위에서 ‘언제 등단하느냐’고 물어볼때마다 인정받지 못하는 서글픔을 느끼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 최종심에서 두 번이나 탈락했는데 문운이 나를 스쳐 가기만 하는 것 같아서 그 순간에는 실망스러웠다”며 “함께 공부를 하던 선생님 한 분이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셔서 너무 힘들었다”고 부연했다.

정화영 동화작가는 ‘아동문학 작가 교실’에 다니며 습작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합평 수업을 위해 단편을 처음 썼는데 그 순간 ‘그냥 써야겠구나. 뭐라도 써야겠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렇게 쌓여가는 작품들은 놀랍게도 저에게 많은 용기와 영감을 줬다”고 했다.

3명의 신인 작가들은 창작활동 외에도 저마다 나름의 사회활동을 했다. 유재연 작가는 헬스트레이너, 피부관리사 등 다양한 사회 경력을 쌓았는데 소설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엄지인 시인은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근무를 했다. 정화영 동화작가는 지난해까지 방송작가 일을 하며 줄곧 글과의 끈을 유지해왔다.

신인작가들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신춘문예 당선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써도 된다는 ‘자격증’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활동 여부에 따라 문학의 결실은 달라질 것이다.

“한 달에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양서를 계획적으로 읽고, 봉사활동도 하고, 돈도 벌고, 명상도 하겠습니다.”(유재연)

“메모장에 적어둔 시의 재료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경험을 많이 하고 싶어요. 아프지 않고 오래 시를 쓸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이구요”(엄지인)

“쓰다 말았던 작품, 새로 쓰려고 준비 중인 작품, 결론이 없어 구멍 난 작품. 제 서랍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을 완성하고 싶어요. 운이 좋으면 출판돼 세상에 나올 수 있을 테고, 부족하면 다시 서랍 안에 들어가 버릴 수도 있겠지만요.”(정화영)

한편 시상식은 오는 17일 오후 4시30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아시아박물관 내 문화교육실에서 열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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