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성직자가 들려주는 ‘행복한 인생’
‘만남중창단’이라는 모임이 있다. 성진, 김진, 하성용, 박세웅은 각각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소속 성직자들로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세상과 만난다.
4개 대표 종교인들이 하나의 목표로 만나고 대화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스라엘, 하마스의 전쟁이 보여주듯 종교의 벽은 높고 견고하다. 그러나 그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 계기가 된다.
성진 스님은 과거로부터 조금씩 쌓여온 인연의 결과라고 한다. 그는 군종장교 시절 여러 신부님, 목사님과 11주라는 시간을 훈련소에서 보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어느 날 신부님이 가져온 초코파이를 흙바닥에 주저앉아 나눠 먹으면서 정이 싹텄다.
4대 종교 성직자들이 행복에 관해 토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한 권의 대담집을 펴냈다.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이 갖고 있는 갖고 있는 삶의 문제들에 초점을 뒀다.
성진은 백양사 무지월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군종장교를 지냈다. 현재 조계종 남양주 성관사 주지,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 간의 대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종교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러 대학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지금은 (사)종교인평화봉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종교 간 대화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하성용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로 2009년 사제서품을 받은 후 여러 본당에서 사제생활을 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사회사무국에서 부국장 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박세웅은 2008년 정식 교무로 출가했으며 이후 원불교 교육부 정책인재로 선발돼 7년간 동양철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에서 연구활동 및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책은 ‘행복’이라는 대주제를 모티브로 4명의 종교인이 종교적 신념과 견해를 주고받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 행복은 주관적이어서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 장삼이사들은 행복이라는 말 자체를 떠올리기도 힘들 만큼 어렵고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박세웅 교무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행복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아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들을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성용 신부는 “행복이든 불행이든 내가 있기에 의미가 생겨나지요. 그렇게 보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로서의 ‘나’라는, 억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을 우리는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할 일인가요. 지금의 나, 살아 숨 쉬는 나를 향한 만족과 감사야말로 행복의 시작과 끝이란 생각입니다”라고 언급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정체를 알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성진 스님은 “생로병사의 문제까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불교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 절대 행복에 이르는 사성제(四聖諦) 가르침입니다”라며 “괴로움을 알고 그것을 소멸하는 것,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입니다”라고 말한다.
김진 목사는 행복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것을 ‘생명의 에너지’로 규정한다. 그는 “우리 안의 에너지가 시기, 질투, 불안, 두려움 같은 것들로 가득하다면 삶은 불행의 연속일 것”이라며 “반대로 사랑, 자비, 감사, 창조의 에너지가 가득하다면 삶은 행복으로 충만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불광출판사·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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