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길냥이에서 단란한 가족 이룬 묘생 2막
흰둥이·검둥이·이쁜이·노랑이 가족
사계절 아름다운 꽃이 피는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는 흰둥이와 검둥이는 ‘길냥이’라 부르는 떠돌이 고양이였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길냥이었던 어미가 밖에서 낳아 지금의 집에 데려다놓은 ‘업둥이 자매’다.
정원을 가꾸며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진만·강예심씨 부부의 집에 고양이가 들어온 건 3년 전부터다. 넓은 마당이 있어서인지 떠돌이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더러 기웃거리기는 했지만 어느 날 새끼를 밴 흰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오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 새끼 세 마리를 거느리고 의기양양하게 앞마당에 들어서는게 아닌가. 의도치 않게 고양이에게 선택받은 집사(?)가 되어버린 셈이다.
어미와 집사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란 새끼들은 어느새 성묘가 되었고, 지난해 봄에는 본래 어미와 세 마리 자식들이 동시에 임신을 하는 ‘세상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녀석들은 어딘가에서 남몰래 새끼를 낳았고 이후 한 마리씩 입에 물고 집으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어미가 뒤섞이는 대혼란의 시기였다. 걔 중에는 집을 나간 고양이도 있었고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죽은 고양이도 있었다. 살아남은 9마리가 동시에 마당을 차지하면서부터는 사료를 감당하기에도 벅차 서울에 살고 있는 집사의 아들이 영양 가득한 대용량 사료를 보내주기도 했다.
현재 집사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고양이는 흰둥이와 검둥이, 흰둥이가 낳은 이쁜이와 노랑이까지 모두 4마리다. 지난해 가을 길고양이 개체수 줄이기에 나선 진도군의 중성화 수술비 지원을 받아 동물병원에서 수술까지 시켰다.
길냥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예쁜 외모를 가진 고양이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를 정도로 정이 들어버렸다는 집사 부부는 이제 고양이들의 밥 걱정 때문에 멀리 여행을 떠나지도 못한다.
집 나간 본래 어미가 가끔 한 번씩 집에 들러 사료를 얻어먹고 자식과 손주들을 살펴보고 간다거나, 끝내 잡히지 않아 중성화 수술을 하지 못한 검둥이 주변에 떠돌이 숫놈들이 어슬렁거리는 걸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잠깐의 고통의 있긴 했지만 중성화 수술로 인해 비로소 진짜 집사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족이 된 고양이들은 담요가 깔린 따뜻한 하우스 안에서 아침저녁으로 내어주는 푸짐한 식사를 하면서 추위를 잊은 채 따듯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료도 듬뿍 주고 먹다가 남은 음식들도 내어주는데 밥 주는 게 하나도 안 아까울 정도로 예쁜 아이들이에요. 날씨가 추울 때에는 둘씩 짝을 지어 스티로폴 하우스에 들어가 쉬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한 마리라도 안보일 때면 어디갔나 찾게 되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걸 볼 때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노년에 우리를 찾아온 길냥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잘 보살펴줄 생각입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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