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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기자(예향)

[굿모닝 예향] 멋과 맛 함께 남도 유람 구례 로컬브랜드

by 광주일보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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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풍미에 건강까지…풍성한 자연의 맛으로 채워지다
매콤·얼얼 지리산 초피 첨가
초피육포 ‘창씨고집’
맛간장·시즈닝 등 제품 다양
직접 지은 농산물과 과즙으로
열두달 의미 담은 ‘사계 양갱’
식용 금가루 뿌린 ‘금양갱’ 인기

지리산에서 수확한 초피는 깨끗이 씻고 말리고 씨앗을 분리시켜 분말화 시키기까지 여러과정을 거친다.

◇지리산 초피 육포 ‘창씨고집’

실내에 들어서자 특유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제피 또는 젠피라고도 부르는 초피 향이다. 초피나무는 운향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열매 껍질의 향이 강해 향신료로 많이 쓰여왔다.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먹는다는 마라탕의 얼얼한 맛을 내는 게 초피의 일종이라고 하면 얼추 이해하기 쉬울 듯 하다. 맛은 매콤한 듯 얼얼하다.

구례군 용방면에 있는 ‘창씨고집’은 초피를 이용해 육포와 맛간장, 시즈닝을 만드는 업체다. 초피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 ‘창씨고집’ 박창민(40) 대표는 젊은 CEO다. 회사를 키워나가고 싶은 욕심보다도 우리 지역에서 나는 품질 좋은 초피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코리안 페퍼’라 불리는 초피는 예전부터 추어탕에 넣어 먹거나 김치를 담글 때 넣어 시지 않게 했다. 고추에 밀려 잘 알려지지 않다가 요즘 들어 후추와 겨자를 능가하는 최고의 천연 향신료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늘고 있다. 한방에서는 열매 껍질을 이용해 치한, 거비폐사, 골통 등의 증상에 치료제로 사용해 왔다고 전해진다. 초피는 성질이 뜨거워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를 내리며 양기를 돕고 소화를 잘되게 하는데도 활용되었다.

 

초피는 4월에 꽃을 피워 6월 열매가 맺으면 7월말에서 9월초까지 수확한다. 6월 열매가 맺기 시작할 때는 씨가 없는데 이때는 장아찌용으로 열매를 사용하고, 7~9월 사이의 열매는 씨가 들어있기 때문에 겉껍질을 이용해 향신료로만 사용한다. 박 대표는 농가에서 초피를 구입해오거나 농가와 계약을 해서 직접 따오기도 한다. 농가라고 해도 대부분 산에서 자생하는 자연산 초피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확한 초피는 씻고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버블세척을 거친 초피는 깨끗할 뿐만 아니라 향이 더욱 짙어지고 맛도 더 깔끔하다. 세척한 초피는 건조기를 통해 말려준다. 껍질이 오그라들 때까지 말리는데 이때 껍질과 열매가 어느 정도 분리가 된다. 열매를 빼내고 껍질만 갈아서 사용한다.

창씨고집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초피 육포와 초피 맛간장, 초피 시즈닝이다. 초피를 이용한 식품들은 더러 나왔는데, 초피 육포는 창씨고집이 처음이다. 육포를 만드는 과정은 비슷하지만 일반적으로 후추를 넣는 대신 초피가루를 넣어 비린맛을 잡아준다.

“향신료이다보니 처음에는 초피를 넣은 간장만 만들었어요. 어느 날 이 간장에 고기를 찍어 먹었더니 맛있더라구요. 자료를 찾아보니 옛날부터 사슴 육포에 초피를 넣어서 먹었다는 기록이 있는 걸 봤어요. 옛 맛을 되살려보고 싶어서 초피 육포를 만들게 됐습니다.”

초피 맛간장은 구례 초피에 고성에서 채취한 해양 심층수로 만든 특별한 맛간장이다. 신안천일염을 사용해 깔끔하고 구례산 초피를 배합해 감칠맛과 향이 탁월하다. 가쓰오부시액으로 은은한 맛이 더해져 국물 요리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초피 시즈닝은 분말 타입으로 생선구이, 스테이크, 볶음 등에 넣어 요리의 풍미를 끌어올려준다. 초피만을 넣은 ‘초피시즈닝 100%’, 초피와 소금, 고춧가루, 오렌지 껍질, 깨를 넣어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초피 시즈닝 탕용’, 스테이크나 생선구이를 할 때 뿌리면 맛과 향을 100% 느낄 수 있는 ‘초피시즈닝 구이용’까지 세 가지로 나온다.

열매 씨앗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도 연구 개발중이다. 대학 연구팀과 협업을 통해 씨앗에서 나온 기름에서 항산화와 항염 효과가 있음을 찾아냈다. 연내에는 이를 활용한 수분크림과 아로마 오일, 룸스프레이까지 출시될 예정이다.

 

팥 앙금을 만드는 데도 시간과 정성이 더해진다.

◇구례의 자연을 담은 맛 ‘사계양갱’

K푸드, K팝, K드라마에 이어 디저트에도 K열풍이 불고 있다. 진정한 K-디저트를 찾아 달려간 곳은 구례읍 공용터미널 앞에 위치한 ‘사계양갱’이다.

“사계양갱은 ‘사계절 자연을 양갱에 담다’는 의미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나는 과일들로 양갱을 만들었습니다.”

구례의 자연을 양갱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계양갱’ 강미선 대표는 올해 스물넷의 당찬CEO다. 농업전문 대학교를 나와 고향인 구례에서 직접 지은 농산물을 이용해 모두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오롯이 저 혼자서 농사도 짓고 양갱도 만들고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님도 쌀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팥과 완두콩 만큼은 혼자 힘으로 해내고 있는 거죠. 힘들기도 하지만 스스로 해내고 있다는 뿌듯함이 더 크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자란 강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전북 전주에 있는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해서 다양한 전문지식을 배우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의무농사를 지어야 하는 게 있어요. 아버지가 벼농사를 하시긴 하지만 벼농사는 사실 대농을 해야 성공하거든요. 땅을 사는데도 한계가 있구요. 혼자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팥 농사를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 된 거죠.”

팥 농사를 할 수 있는 땅을 찾아다니다 보니 마산면, 구례읍, 토지면까지 넓혀갔고 800평의 땅에서 팥과 흰 완두콩 농사를 짓게 됐다. ‘이 많은 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평소 관심이 많던 디저트를 만들어 보고 싶었고, 팥을 활용할 수 있는 양갱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연구하게 됐다.

사실 강 대표는 양갱을 좋아하지 않았다. 젤리는 쫀득해서 먹는 느낌이 나는데 양갱은 말랑거리는 느낌이라 싫었다. 같은 양갱이라도 차별화 시켜보자는 생각에 과일을 넣은 양갱을 만들게 됐다. 과일을 혼합한 양갱은 과일의 수분과 과즙이 있다보니 일반 팥 양갱보다 더 말랑하고 물컹거린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먹어본 사람들은 더 맛있다고 좋아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사계양갱이다. ‘사계양갱’에는 열두 달의 의미를 담아 12가지 맛의 양갱을 선보인다. 생딸기 농축 과즙을 넣은 딸기맛, 진하고 고소한 유기농 우유로 신선함을 유지한 우유맛, 상큼함이 입안 가득 채워지는 패션후르츠맛, 녹차 본연의 쌉싸름하고 구수한 풍미가 입안을 감싸주는 녹차맛, 아이들이 좋아하는 망고맛과 초코맛, 영양가득 검은깨가 풍부한 흑임자맛, 양갱 본연의 맛을 살린 팥 양갱까지 강 대표가 손수 만드는 건강간식이다.

설탕을 3분의 1로 확 줄이고 과일 본연의 단맛을 이용했기 때문에 건강간식으로 손색이 없다. 과일과 농산물은 모두 구례에서 나는 것들을 이용했다.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고 위에 식용 금가루를 뿌려 얹은 金양갱도 선물용으로 많이 찾는다.

모든 양갱에는 기본적으로 강 대표가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팥과 흰콩이 들어간다. 팥 앙금을 만드는데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깨끗이 씻은 팥을 8시간 이상 끓인 다음 팥을 짜고 다시 거르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다시 하얀 면포에 짜기를 반복하고 응고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포장하기까지 하루가 꼬박 걸리곤 한다. 흰완두콩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국내산 한천가루도 추가한다. 쫀득거리는 식감은 젤라틴보다 덜하지만 식물성이기 때문에 한천가루를 사용한다. 사계양갱이나 金양갱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다보니 많은 양을 한 번에 만들지는 못한다. 사전 예약주문을 하면 구입하기 수월하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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