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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95세 엄마의 그림세상 “소박한 그림으로 마음 전할 수 있어 좋아요”

by 광주일보 2024.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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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자 할머니…보리와 이삭 카페 갤러리
매일 감사일기 쓰다 이불에 새겨진 꽃 그리기 시작
딸 김성숙 광주교대 명예교수 화구 선물하며 응원

올해 아흔 다섯인 김옥자 할머니는 5년 전부터 매일 밤 9시~10시 즈음 ‘감사일기’를 쓴다. 어떤 날은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에 감사하고, 어떤 날은 관절염으로 걷기가 불편하지만 지팡이를 짚고 몇 분 동안이라도 산책할 수 있었던 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침대에서 감사일기를 쓰던 지난해 어느 날, 덮고 있던 이불에 새겨진 꽃무늬가 김 할머니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일기를 쓰던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노트 한 쪽엔 감사일기를, 한 쪽엔 이런 저런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 이어졌다.

우연히 엄마의 노트를 본 김성숙(광주교육대 명예교수) 작가는 깜짝 놀랐고, 스케치북, 사인펜, 크레파스 등을 선물했다. 이후 김할머니의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가 시작됐고, 소박한 전시회도 열게 됐다.

아흔 다섯의 나이에 전시회를 여는 김옥자 할머니.

오는 2월 29일까지 보리와 이삭 카페 갤러리(광주시 동구 동계로 12번길 5)에서 열리는 김옥자 초대전 ‘95세 엄마의 그림세상’에서는 지금까지 그린 109점의 작품 중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침대 위에 작은 다리미판을 올려 놓고 그림을 그렸지요.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하나씩 그려보니 재미있더라구요. 하루에 2~3시간 정성들여 그리다보면 무엇보다 정신을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완성하고 나면 무언가 이뤄냈다는 기쁨도 있고요. 좀 더 잘하려고 신경을 쓰며 노력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성작을 보면 흐뭇하고 기분도 좋아지죠.”

평양여자사범학교 1회 졸업생인 김 할머니는 평양의 한 국민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6·25 때 피난 와 정착했다.

김옥자 작 ‘내 친구’

그림 소재는 다양하다. 매일 사용하는 쟁반, 집안 이곳 저곳에 놓인 화분, 손수건의 문양 등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이 모두 소재가 된다. 가끔은 딸이 사다 준 화집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상상 속에서 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작품에는 귀여운 강아지와 벚꽃이 등장하고, 그네 타는 소녀의 모습,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새, 신록이 우거진 숲속도 보인다.

이번 전시는 보리와 이삭 주인의 권유로 이뤄졌다. 신년 기획으로 감동이 있는 특별한 전시를 찾고 있던 그는 지난해 보리와 이삭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김성숙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할머니의 그림을 보게 됐고 전시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노인네가 그냥 방에서 그린 그림을 누가 볼까 싶어 싫다고 했어요. 딸 아이 전시회 때 이 곳에 와보니 아늑하고 장소 제공도 해주신다고 하니 한번 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기자님도 만나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네요(웃음). 이번에 전시된 그림들을 통해 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감사일기는 계속해서 쓸 거구요, 그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할머니의 그림은 서툴지만 따뜻해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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