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밥상 사진 한장이 눈길을 끌었다. 어느 시골집에서나 만날 법한 동그란 밥상 위에 된장물회 한그릇, 김치, 콩, 미역줄기, 멸치, 흰쌀밥이 놓인 차림이 단출하다. 장흥 회진에서 어장의 어부들의 간단히 만들어 먹는다는 ‘된장물회’는 처음 들어본 음식이다. 이어지는 설명. “삭힌 열무김치를 송송 썰어 된장에 무친 후 도다리, 쑤기미, 갯장어, 서대 등 그날 그날 바다가 내준 물고기를 회로 썰어 넣고 찬물을 부었다. 그리고는 담아간 보리밥을 국물에 말아먹었다. 이제 아는 사람에게는 여름철 보양식이자, 출향인에게는 소울푸드다.”
맛깔스런 어촌의 음식과 사람 이야기를 풀어놓은 이는 ‘섬 박사’로 불리는 김 준이다. 어촌사회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고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의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6권으로 구성된 ‘섬문화 답사기’를 비롯해 ‘물고기가 왜?’, ‘바닷마을 인문학’ 등을 펴냈다. 또 ‘지속 가능한 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슬로피시운동본부장을 맡고 있다.
새 책 ‘섬살이, 섬밥상-갯내음 찾아 떠나는 바다 맛 여행’은 갯내음 가득한 125가지의 음식과 더불어 섬과 사람들에게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30년 넘게 섬을 찾아다닌 저자는 밥 때가 되면 밥상 한켠을 내어주며 기꺼이 함께 먹을 것을 권했던 마음 따뜻한 이들을 기억한다. 또 그 밥상에 놓여진 수많은 제철 음식의 맛도 잊지 못한다.
그는 섬을 파헤치며 바꾸는 것보다는 섬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소비자나 여행객이 섬에 애정을 갖기 위해서는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어업이나 양식의 ‘과정’을 아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과정을 알고, 그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과 그 섬에서 나는 농산물에 각별한 애정을 가질 때 시선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이 섬살이의 속살을 잘 보여줄까?’ 고민했고, 섬밥상에서 해답을 찾았다. 밥상에서 섬살이의 지혜를 알게 된다면 그 섬과 바다가 달리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125가지 섬살이, 섬밥상 이야기가 담긴 책은 그 곳에 직접 가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서해 북단 강화 옹진부터 남해(제주도 포함), 동해(울릉도 포함)를 일주하는 순서로 글을 배치했다. 또 꼭지마다 지역/생물/제철/추천 정보 등을 적었고 차례에는 제철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별도의 표시를 했다.
“제철 음식을 밥상에 올리는 것보다 더 좋은 응원은 없다”고 말하는 저자가 소개하는 음식은 다양하다.
한 때 김 양식을 방해하는 훼방꾼이었지만 지금은 별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완도 고금도 매생이, 갯벌로 둘러싸인 건강한 섬 옹진 장봉도에서 만나는 소라 비빔밥, 팔고 남은 생선들로 만들어먹던 포항의 명물 구룡포 모리국수 등 섬밥상은 맛깔나고 인정많은 섬사람들 이야기까지 품고 있다.
<따비·2만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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