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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규정은 달라진다. 대체로 ‘식민지 근대’라고 한다. 그러나 ‘모던’으로 해석되는 근대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근대에 식민지까지 붙여졌으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포스터는 일제의 선전정책을 대표하는 매개체였다. 일제가 포스터를 제작하고 배포했던 시기는 1915년부터였다.
포스터에 담긴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는 책이 나왔다.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료로서 포스터를 분석한 ‘포스터로 본 일제 강점기 전체사’는 매체와 문헌에 실린 포스터를 조명한다.
최규진 청암대 재일코리안연구소 연구교수. 최 교수는 그동안 사회실천연구소와 역사학연구소에 참여하면서 역사 대중화와 관련된 책을 발간해왔다. ‘이 약 한번 잡숴 봐!’, ‘근대를 보는 창 20’ 등을 펴냈으며 일상생활사 관련 논문을 써왔다.
이번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10년이 넘게 일제 강점기 매체와 문헌에 실린 포스터를 수집했다. 저자는 “포스터를 매우 중요한 사료로 여긴다. 이제 그 누구도 문자 사료만이 역사 자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문자(非文字) 사료도 문자 사료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고 말한다.
사실 유럽과 미국에서는 1880년 무렵 화려한 옥외 포스터가 등장했다. 파리를 비롯해 뉴욕, 베를린 거리에 광고탑과 빌딩 벽면 등 옥외 게시 장소가 생겨났다. 당시의 포스터는 일종의 ‘거리의 미술관’이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대형 포스터는 ‘시각예술’의 방편으로 수집되거나 거래가 되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은 포스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징집이나 자금 조달을 위한 수단, 물자 제공 등을 촉구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됐다. 흔히 말하는 ‘大戰포스터’였던 셈이다. 이전의 포스터가 예술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전쟁 시국에는 의지를 강조하는 ‘메시지 매체’가 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 또한 선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했다. 그들은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이 승리했던 주요 요인으로 선전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믿었다.
일제의 선전정책도 변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맞물려 선전기술도 정교해졌으며 본격적인 문화통치가 시작됐다. 일본의 선전정책은 세 시기로 나눠 진행됐다.
일제의 선전은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 부문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삶의 방식에 개입해 조선인을 황국신민화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제는 사람들의 눈길이 가장 잘 띄는 곳에 포스터를 배치해 선전의 극대화를 노렸다.
포스터에 삽입한 표어도 등장했는데 이들은 ‘확성정치’를 “전력증강, 산업전사에게 보내는 소리의 탄환”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터 중에는 상업활동을 위한 것도 있었다. “오늘날 장사치고 어느 것인들 선전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업종에서나 포스터로 선전하는 것을 고려했다”와 같은 내용은 그러한 예다.
재일 조선인 사회에서는 ‘저항 포스터’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오사카 신간회지회 발회식 포스터에는 “사회주의 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이 연합한 민족협동전선체”라고 신간회가 소개돼 있다.
저자는 “포스터를 디딤돌로 삼아 재미있고 풍요롭게 일제강점기의 ‘전체사’를 이해하는 길로 들어서길 바란다”며 ““지배 이데올로기를 지배적으로 만들려 했던” 일제의 프로파간다를 오늘날의 자본주의 프로파간다에 빗대어 생각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언급한다. <서해문집·4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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