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광주전남지역 피해자 간담회
광주·전남 사망 100여명…피해자는 물론 가족까지 고통
정부, 364명 중 221명만 구제…피해보상으로 이어져야
“사랑하는 내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진상조사는 계속돼야 합니다.”
8일 광주시 동구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광주·전남지역 피해자 간담회’에서 만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절규다. 간담회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참석해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토로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수십년이 지난 현재까지 피해자,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단순 병원비 지원에 그치는 ‘구제’가 아닌 ‘피해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전남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올해 7월기준 가습기 살균제 광주·전남 피해 신청자는 364명(광주196명, 전남 168명)이다. 이중 정부에서 구제대상으로 인정받은 피해자는 221명으로 전체 신고자의 61%수준이다.
정부 인정을 받은 피해자 중 57명이 숨졌고, 피해 신청자 중 44명이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채 숨졌다.
광주에 거주하는 김승환(47)씨는 2013년 12월 알 수 없는 폐렴 증상 때문에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했지만 ‘원인불명의 폐렴’이라는 소견만 돌아왔다.
한번 시작된 기침은 2시간씩 계속됐고 하루 4번 이상 반복됐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김씨는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폐렴 증상은 그 후로도 6년간 이어졌고 결국 2017년 9월 23일 폐를 이식받아야 했다.
김씨는 2013년 11월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됐다. 김씨는 2020년 9월 정부로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인정 받았다.
김씨는 “시민단체가 대형마트에서 카드로 살균제를 구매한 이들을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문자를 보낸 덕분에 피해를 의심해 볼 수 있었다”며 “대형마트가 아닌 동네의 소형마트에서 구매했거나 현금으로 구매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전 아내 박영숙(61)씨를 잃은 김태종(70)씨는 “살균제는 피해자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아프게했다”고 울먹였다.
김씨의 아내 박씨는 살균제로 인해 2002년부터 10년 넘게 투병생활을 해왔다. 이중 3년 4개월은 증상이 악화돼 기관지에 구멍을 뚫고 강제로 호흡해야했다. 박씨는 총 20차례 입원했고 이중 16차례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다.
김씨는 “아내는 예고없이 쓰러졌다”면서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학원 문을 닫고 생업을 위해 화물운송업을 시작했지만 병원비를 감당하기에 버거워 아들 2명 모두 학원에 한번 보내지 못했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김씨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피해자 한 사람의 삶이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도,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은 “가습기참사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인줄도 모르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면서 “살균제 사용에 대한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이 있다면 직접증거가 없어도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가족이 모여 병원 기록 등 가족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며, 살균제 제품 사진을 살펴보고 사용여부를 기억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개인, 시민단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는 1994년부터 약 17년간 판매돼다 2011년 생산과 판매가 금지됐다.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지난해 3월 9개 주요 가해 기업과 7027명 피해자를 대상으로 일괄 타결하는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가장 많은 살균제를 판매한 옥시와 애경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또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SK·애경 등의 가해기업을 상대로 진행되는 형사재판은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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