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繁期 : 어업 일이 가장 바쁜 시기>
김·미역·다시마·매생이 등 해조류 수확 앞두고 일손 턱없이 부족
어민, 벌금형 감수하고 브로커 통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고용도
외국인 근로자 현장 배치 3개월 필요…계절근로자제도 개선 시급
본격적인 겨울철 어번기(漁繁期)를 맞은 전남 어촌에서 일손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어가의 주 수입원인 김·미역·다시마·매생이 등 해조류 수확을 앞두고 인력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대부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어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급기야 벌금형을 감수하면서 브로커를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까지 고용하는 어민들마저 있다.
이에 정부가 올해 5월 ‘외국인 계절근로제 개선방안’을 내놓고 고용기간을 8개월까지 연장하며 확대·운영하고 있지만, 어민들은 일손이 필요한 시기 적절하게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지역 어업분야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지자체는 연안 시·군 16곳 중 7곳(고흥, 장흥, 강진, 해남, 완도, 진도, 신안)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배정된 어가는 471개였던 반면 계절근로자가 고용된 어가는 356개 어가에 불과했다. 어가에서 배정을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는 1499명이었지만 실제로 고용된 인원은 990명으로 500여명이 모자란 실정이다.
지자체들도 어번기를 앞두고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지만, 어민들은 인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호소하고 있다.
어업분야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는 어업인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임시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 매년 상반기(11월)와 하반기(5월)로 나눠 2차례 배정심사를 한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에 배치되기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주와 노동자가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사증발급인정서가 나온다. 이를 상대국에 보내면 비자신청을 할 수 있고, 이후 한국에 입국하게 되면 건강검진과 마약검사 등을 실시하는데 3개월 가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해조류 생산량이 가장 많은 완도의 경우 올해 계절근로자 배정 신청을 298어가가 냈지만 304어가가 계절근로자를 고용했을 만큼 인력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에 완도군은 최근 외교부 필리핀공화국대사관에 계절근로자 비자 신속발급을 요청했다. 앞서 계절근로자 배정을 신청했지만 필리핀의 경우 여권 제작에만 2개월이 소요돼 인력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은 시군이 해외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이에 응하는 노동자들을 모집해 출국 수속을 밟는 기간을 감안하면 배정 시기를 3개월 가량 앞당겨야 어번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입국해 일을 가르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막상 현장에서는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적시에 일손을 구하기 어렵게되자 어민들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미리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완도에서 해조류 건조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겨울에 필요한 일손을 아예 여름부터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절근로자 고용시 법적으로 숙소도 마련해줘야 하는데다, 1인당 식비와 250만원 가량의 월급까지 주려면 막대한 부담이지만, 겨울철에 제 때 일손을 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씨는 “계절근로자를 신청할 때 한번에 많은 수를 고용하려고 한다. 노동자들이 언제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흥에서 해조류 양식업을 하는 B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식업 특성상 여름에는 업무량이 많지 않아 사실상 계절근로자가 필요없지만 동절기 바쁜 시즌에 인력을 구하지 못할 수가 있어 여름철에 고용한 근로자를 재우고, 먹이고, 월급까지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양식장에 고용된 14명의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을 하지 않아도 4개월 가량은 전원 월급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일부 어업인들은 인력사무소를 통해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 때문에 계절근로자제 대신 최대 5년까지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의 조건을 완화해 어촌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고흥에서 양식업을 하고 있는 C씨는 “매해 배치받는 노동자들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최대 5년까지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를 이용하는 어업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외국인을 데리고 오는 데는 일정 시간이 필요해 적시에 바로 인력을 배치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며 “가을 농업 수확이 끝나면 농업 인력을 어업 인력으로 연계하는 등 상황에 맞게 시·군 인력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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