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앱 낯설어 불편…빈 택시 잡으려 길가에서 1시간 허비도
광주·전남 노인 이동권 보장 위한 디지털 교육·지원 대책 등 절실
#정호웅(71·나주시 다시면)씨는 지난달 사업차 베트남에 갈 일이 생겨 광천터미널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예약했다. 정씨는 출국당일 오후 1시께 광주시 서구 치평동 일대에 자가용을 주차해둔 뒤 택시로 광천터미널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30여분 동안 택시 5대가 지나가도록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한 대조차 멈춰서지 않았다. 결국 정씨는 리무진 시간을 놓쳐 2만원 가량의 위약금을 물고 다음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정씨는 “요즘은 택시를 앱으로 불러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자식이나 후배들이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법을 알려줬지만 막상 혼자 하려니 안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주말마다 성당에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해 왔던 김숙영(여·89·광주시 서구 치평동)씨는 최근 굳이 한 시간씩 일찍 나와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무릎 건강이 나빠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물론 버스에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멈춰서지 않는 택시를 잡으려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김씨는 “2년 전만 해도 10여분만 기다리면 택시 1대 정도는 잡았었는데 지금은 지나가는 택시마다 나를 못 본건지 보고도 가버리는 건지 ‘쌩’ 지나가 버리더라”고 혀를 찼다.
광주·전남지역 택시업계가 ‘카카오T’, ‘UT’, ‘리본택시’ 등 택시 호출 앱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노인들의 택시 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택시 기사들의 주된 운행 방식이 앱을 통한 ‘콜 운영’으로 바뀌면서 스마트폰 조작,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8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시에서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해 활동하는 택시는 총 8117대(법인택시 3334대, 개인택시 4783대), 전남도는 총 6501대(법인택시 2695대, 개인택시 3806대)에 달한다.
이 중 전체 20%에 달하는 2900여대가 카카오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로 등록돼 있으며, 대략 80~90%의 택시 기사가 카카오 일반 택시 신청을 해 카카오T 앱으로 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20%의 택시 또한 UT, 리본택시 등 앱을 통해 콜을 받고 있다.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의 경우 길에서 손을 흔드는 과거 방식대로 택시를 잡으려다 허탕을 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상황이다. 대부분 택시들이 앱으로 콜을 받을 때만 운행하다 보니 빈 차라고 해도 ‘예약’ 불이 들어와 있는 택시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빈차’라는 표시등을 켜놓았다가도 손을 흔들면 곧바로 ‘예약’으로 변경해 지나치기도 일쑤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빈번해지면서, 고령 운전자 면허증 반납에 대한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고령층의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택시는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광주, 전남지역 인구 대비 노인(65세 이상) 비율은 높아지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통계청의 ‘고령인구비율’ 자료에 따르면 광주의 ‘고령인구비율’은 2020년 14.2%, 2021년 14.8%, 2022년 15.6%, 올해 10월 기준 16.3%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비율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을 나타내는 비율이다.
전남은 고령인구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남지역 고령인구비율은 2020년 23.5%, 2021년 24.3%, 2022년 25.2%, 2023년 10월 25.6%로 증가세다.
이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층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우식 참여자치 21 사무처장은 “이미 대중교통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인구에 대한 디지털화 훈련 프로그램 마련은 필수적”이라며 “노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층을 대상으로 한 수요자 중심의 시스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들이 따라갈 수 없을만큼 디지털 환경이 빨라지는만큼 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배려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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