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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격동의 시대, 황폐한 영혼에서 피워낸 예술혼”

by 광주일보 2023.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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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예술 선구자 양수아 화백 ‘독일 초대전’ 성료
‘강강수월래’·드로잉 등 40여점 전시

지난 14~29일 독일 뒤셀도르프 ‘PART2 갤러리’에서 양수아 화백 초대전이 열렸다. <미로센터 제공>

“양수아 화가는 이중섭 화가와 겹쳐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활동 공간과 걸어온 예술 여정은 다르지만요. 그러나 두 화가의 마지막 삶은 고통스럽고 고독했습니다. 가난과 좌절 속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웠던 화가들의 삶은 언제나 숙연함을 느끼게 해요.”

미술평론가인 김허경 박사는 양수아 화가(1920~1972·본명 양회식)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양수아 화가는 ‘고전적인 예술가’의 모습을 닮았다. 가난과 고독, 병마와 좌절, 그리고 식솔을 건사해야 했던 가장의 무게까지.

양수아는 불우한 시대를 살았다. 그의 시대가 불우했고 그의 삶이 불우했다. 일제강점기와 제주 4·3, 6·25전쟁 등 근현대사 굴곡의 시간을 통과해오며 그의 영혼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빼어나게 맑다’는 뜻의 이름 수아(秀雅)에는 예술가로서의 운명 같은 것이 노정돼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 그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기억되고 있다.

양수아 화가 독일 초대전이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전시는 지난 14~29일 독일 뒤셀도르프 ‘PART 2 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광주시 동구 미로센터와 독일 뒤셀도르프 ‘PART 2 갤러리’의 국제예술 교류사업으로 진행됐다.

현지 동행했던 미로센터 천혜원 팀장은 “이번 초대전은 격동의 한국근현대사를 건너오며 내적 좌절 속에서도 현실에 대한 저항을 통해 한국적 앵포르멜(표현주의적 추상예술)에 도달했던 양수아 화백의 삶과 예술을 해외 무대에 소개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아들 양승찬 나인갤러리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강강수월래’를 비롯해 구상 드로잉(10점), 추상 드로잉(8점), 구상회화(7점), 추상회화(10점), 자화상(5점) 등 40여 점이 선보였다.

1920년 보성에서 태어난 양수아 화백은 소년 시절 삽화가를 꿈꿨다. 소학교 시절부터 시모노세키에 유학한 것을 보면 당시는 유복했던 것으로 보인다. 1940년대 징집문제로 중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그는 화가가 되기 위해 가와바타 동경의 미술학원에 다녔다.

만주시절에는 기자로도 활동했으며, 해방 직후에는 목포에 정착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일본인 아내 아베 에스코와 결혼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제자 곽옥남과 재혼했다. 목포와 광주에서 화가로 활동하며 미술교육자와 비평가의 삶을 살았다.

‘강강수월래’

해방 직후 양수아 화백은 광주 미국문화원을 통해 앵포르멜이나 추상표현주의 등 새로운 예술사조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 서구의 미학적 형식을 매개로 자유롭고 새로운 조형언어를 구사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왔다.

아들 양승찬 대표는 “해방공간과 이후 6·25를 거치며 부친은 당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념에 휩쓸리면서 평생 짓눌림의 삶을 사셨다”며 “아버지의 그림이 이역만리 독일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를 받게 돼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박남희(미술비평)는 “2023년 뒤셀도르프에서 그의 작품을 선보이는 일은 앵포르멜이라는 시대 양식과 양수아 개인 양식의 교차를 확인하고 개인 양식으로서 앵포르멜에 이르렀던 내밀한 과정을 느낄 수 있는 애도와 우울의 의례”라고 평했다.

생전의 양수아는 24회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600여 작품을 선보였다. 사실적 구상화와 비정형 회화 양식의 결합은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프랑스 앵포르멜 양식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에게 격동기 추상미술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확고하게 구축했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다.

이태호 명지대 석좌교수는 “해방 이후 광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 가운데 한 분이 양수아 화백”이라며 “이번 독일 전시 성공을 계기로 다른 지역 작가들이 해외에 많이 알려져 광주 동구가 미술 문화를 선도해가는 구심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 현지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임택 동구청장, 미로센터 천혜원 팀장, PART 2 갤러리 대표 안드레 슈나우트, 공동대표 마크 스펙, 비평가 올리케 레해만을 포함해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 80여 명 등이 방문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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