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탐지·실종자 수색…‘제2의 소백이’들 맹훈련

호남119특수구조대 전국 첫 특수견 합동훈련 현장
경찰견·구조견·철도견 등 6마리 참여 이론 교육·실습 진행
오늘 지진 상황 모의훈련…재난현장 원활한 공동대응 기대

23일 호남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지진대비 호남권역 특수목적견 합동훈련’에 참여한 특수견이 핸들러의 지시에 따라 장애물에 오르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토르, 홉(앞으로 가)”, “포비, 뛰어.”

23일 오후 화순군에 있는 호남 119특수구조대 본부에서는 대형견 6마리가 구조대원의 호명과 지시에 따라 분주하게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호남 119특수구조대의 ‘지진 대비 호남권역 특수목적견(이하 특수견) 합동 훈련’이다.

전국 최초로 열린 특수견 합동훈련으로, 광주·전남·전북 등지의 소방, 경찰 등 10개 기관에서 20여명의 핸들러(Handler)와 6마리의 특수견이 참여했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당시 실종자 대다수를 발견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소백’이의 뒤를 잇는 전국의 특수견들이 한 데 모인 것이다.

훈련 내용은 건물 붕괴사고 발생 시 인명을 탐지하거나 테러 상황에 대비해 폭발물을 탐지하는 등 수색 기법을 터득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4시간동안 이어진 실습 훈련 현장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광주 철도경찰 폭발물탐지견인 토르(3· 레브라도리트리버)는 구조대원의 지시를 받기 무섭게 나무 상자에 얼굴을 묻고 TNT 폭약을 찾는데 집중했다.

토르는 훈련장에 미리 준비된 3개의 나무 상자 중 1개에만 들어 있는 모형 TNT폭약을 찾아내야 했다. 토르는 능숙하게 상자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더니 5번 연속으로 폭발물이 든 상자를 찾아냈다.

운동장 중앙에서는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당시 투입됐던 특수견 포비(7·저먼 셰퍼드)와 페리(7·셰퍼드)도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구례소방 산악구조대 소속인 포비는 잔디에 코를 묻고 냄새만으로 목표물을 발견하는 훈련을 했다. 코를 킁킁대며 목표물을 찾던 포비는 목표물 근처에 다다르자 제자리에 멈춰섰다. 구조대에게 ‘구조 대상이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호남119특수구조대 소속인 페리는 건물 붕괴 사고가 일어나 제대로 걷기 어려운 곳에서도 수색을 할 수 있도록 장애물 극복훈련을 했다. 페리는 운동장에 마련된 장애물 코스에 뛰어들어 오르막길을 오르고, 터널을 통과하는가 하면 허들을 뛰어넘기도 했다.

훈련에 참여한 구조대원들은 최근 특수 재난사고에서 특수견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1월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발생한 총 7명의 실종자 중 4명을 특수견 ‘소백’이가 발견하면서 특수견의 임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백이는 지난 1월 은퇴후 입양돼 평범한 반려견이 됐지만 입양된 지 12일 만에 죽었다.

김창수 호남119소방대장은 “소백이의 맥을 잇는 특수견들이 호남 지역뿐 아니라 소방·경찰 등 소속을 뛰어넘어 한 자리에 모인 뜻깊은 훈련이었다”며 “이번 훈련을 계기로 재난현장에 투입됐을 때 서로 협력해 공동대응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훈련은 이론교육, 실습으로 나뉘어 1박 2일간 진행된다. 훈련 2일차인 24일에는 화순군 춘양면 춘곡무인교육원에서 지진이 일어나 구조물이 무너지고 일부 침수된 폐교 환경을 조성해 실제 현장에 투입됐을 때 특수견의 역할에 대한 훈련을 진행한다.

/화순=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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