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 출산 장려 위해 기념숲 조성…5년간 933명 참여
새 부지 못 구해 사업 중단 위기…주민들 “사업 계속되길”
지방소멸시대 영광군이 신생아의 이름표를 단 ‘탄생수’를 심는 특화사업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을 통해 5년만에 900여그루를 심었으나 나무심을 토지가 부족해 추가 부지를 확보해야 할 정도다.
12일 영광군에 따르면 영광군은 올해 ‘신생아 탄생 기념숲 나무심기’ 사업으로 영광군 영광읍 우산근린공원 일대에 96그루의 단풍나무를 심는다.
신생아 탄생 기념숲 나무심기는 신생아를 출산한 부모의 신청을 받아 아이의 이름과 소원을 담은 신생아 탄생수를 심는 사업이다.
영광군은 출생의 기쁨을 되새기고 출산 문화를 장려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했다. 탄생수를 심다보면 수년 후 탄생수 수백그루로 이뤄진 숲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생수로는 전나무·왕벚나무·소나무·동백나무·단풍나무 등이 식재되며 탄생수 앞에 신생아의 이름과 탄생축하·건강기원 문구 등이 적힌 팻말을 게시한다.
영광군은 지난 5년간 영광군에 태어난 신생아 총 2175명 중 933명(42.8%)의 이름으로 탄생수를 심었다. 전체 신생아 가운데 절반 가량의 가족들이 자녀들의 이름을 남겼다.
연도별로는 2019년 신생아 534명 중 183명의 이름의 탄생수를 심기 시작해 ▲2020년 586명 중 254명 ▲2021년 458명 중 192명 ▲2022년 405명 중 208명 ▲2023년 192명 중 96명의 이름으로 탄생수를 식재했다.
영광군은 매년 ‘신생아 탄생 기념숲 나무심기’ 행사를 개최해 신생아의 가족이 직접 나무를 심게 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영광군이 대신 탄생수를 심었다.
영광군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행사, 외출이 제한됐던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모를 대신해 탄생수를 식재하며 명맥을 이었다.
현재 전국 가임여성 출산율이 0.78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영광군은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출산율 1.8을 기록해 전국 평균 출산율의 2배를 넘겼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한 자치단체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탄생수 식재 공간 부족 때문에 내년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탄생수의 생장공간, 영양섭취 등을 고려해 나무 간 최소 3m의 식재거리를 확보하다보니 이미 탄생 기념숲이 포화상태가 됐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부지를 물색해야 하는데 마땅한 부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광군에서 애초 탄생수 식재 후보지로 점찍었던 물무산은 이미 산지에 숲이 조성된 상태로 새로운 탄생수를 심을 수 없는 형편이다.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내 아이의 이름을 단 탄생수를 심을 수 있는 사업이 지속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영광군 관계자는 “오는 21일 50여명의 신생아가 참석한 가운데 마지막 탄생수를 심게 됐다”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을 그만둘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장윤영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발물 탐지·실종자 수색…‘제2의 소백이’들 맹훈련 (1) | 2023.10.24 |
---|---|
‘언어 장벽’에 ‘정보 장벽’ 높기만 (1) | 2023.10.23 |
바뀌는 장례문화에…화장장·봉안당 ‘포화상태’ (0) | 2023.10.06 |
영광 폐플라스틱 가공공장 화재 (0) | 2023.10.04 |
긴 연휴 흐트러진 생활리듬...마음 다잡고 일상 복귀해야 (1) | 2023.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