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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영기자

젊은층 감정 표출 ‘메신저 ○○방’ 유행, 왜?

by 광주일보 2023.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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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방·분노방·우울방·이별방·독백방…익명 보장 ‘오픈 채팅방’
가족·친구에 털어놓기 힘든 고민 함께 나누고 같은 처지 위로
“가상공간 확장 따른 현상…대면 소통으로 문제 해결 바람직”

/클립아트코리아

‘거지방’, ‘분노방’, ‘우울방’, ‘고민방’, ‘독백방’, ‘이별방’.

다소 자극적인 이름이지만 젊은 세대들이 소통을 하고 있는 ‘오픈 채팅방’의 이름이다.

최근 광주·전남지역 젊은 세대가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심적 고충을 표출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픈채팅방에서는 본인의 처지 또는 기분상태 등을 공유하고 또 각자 해결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채팅방의 명칭에 맞춰 각자의 상황에 맞춰 적합한 오픈채팅방에 입장을 하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일명 ‘○○방’을 이용하면 현실에서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 있을 때, 익명성이 보장되는 메신저를 통해 고민을 상담하거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실명을 밝히지 않고 닉네임으로 활동하면서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곳에서 마음 깊이 숨겨둔 고충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으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거지방’과 메신저의 익명성을 빌어 화를 내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분노방’이 있다.

‘거지방’은 젊은 세대들이 코로나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 고물가에 취업·저축 등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어지자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웃픈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곡성에 살고있는 이동석(29)씨도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거지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2년 동안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면서 부모님께 받는 용돈만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자 스스로 가계부를 작성하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소비가 줄지 않아 ‘거지방’을 이용하게 됐다.

이씨는 “실제 소비하는 금액 중 가장 비중이 큰 식비, 생활비 등을 거지방에 공유하면서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절약에 대한 조언을 받거나 과소비한 부분은 혼나기도 하면서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스로 발전하거나 조언을 얻기 위한 목적의 방 뿐만 아니라 단순 감정해소를 위한 방으로 ‘분노방’도 유행하고 있다.

가정 내 문제, 직장생활, 인간관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익명의 다수에게 문제를 털어놓거나 단순 비방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점에서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에 거주하는 권창현(16)군도 최근 고교에 진학한 뒤 부모님과 반년 넘게 진로선택 문제로 갈등하는 고충을 털어놓기 위해 분노방을 찾았다.

권군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달력 모델을 시작으로 의류회사의 아동모델로 발탁되기도 하며 모델을 꿈꿔왔고, 현재도 온라인 쇼핑몰 모델로 일하며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고등학생이 됐으니 공부에 집중하라는 일관된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부모님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상담할 수 없었던 권군은 두달 전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분노방’의 존재를 알게됐고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다.

권군은 “가족간 일을 친구나 선생님한테 털어놓을 수는 없지 않냐”며 “심리적으로 힘들 때 속으로 삼키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답답함이 많이 가시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백현옥 송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면서 직접적인 소통을 할 경험이 적었고, 부정적 감정과 경험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가까운 사이에도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가족,친구 등과 대면 소통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세대가 자라온 환경과 가상공간의 확장에 의해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방’은 젊은 세대가 기댈 수 있는 환경의 미비, 스트레스 해소의 어려움 등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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