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아티스트 골드원, HEAG. 최근 동구청 일대 상가에 벽화 완성
키치아티스트 김나라연 작가, 주안미술관 'Hyper Industry'전 성료
인류의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찬미(讚美)는 예술을 탄생시켰다. 비너스의 자태 등에는 고전적 예술의 위용이 깃들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곧바로 ‘예술적’으로 인식되며 순수예술에 대한 보편적 합의를 이뤄 왔다.
그러나 현대에는 고고한 작품만을 예술이라 칭하지 않는 것 같다. 엄숙·진지주의 예술에 반기를 내걸면서 전통적인 예술과는 다른 미학을 성취해가는 두 분야의 아티스트를 만났다.
“그동안 백여 개 작업물을 그려오며 느낀 그래피티 아트의 가장 큰 매력은 ‘힙하다는 것’입니다. 음악을 들으며 스프레이를 뿌릴 때면 해방감을 느끼곤 해요. 보통 3~4시간 정도 작업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완성작을 볼 때면 쾌감을 느낍니다”
최근 광주 동구의 한 중식당 앞에서 만난 골드원(류금상·40), HEAG(허겸·24) 작가는 양손에 스프레이를 들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악수를 건네자 손에 페인트가 묻었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손에 묻은 끈적한 잉크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래피티 아트는 그 발원지가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독일의 베를린, 미테, 크로이츠베르크 등지에서 가장 활발하게 펼쳐져왔다. 불시에 특정 장소에 예술가들이 나타나 작업을 하고 사라지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데, 요즘에는 사전 협의 후 진행하는 ‘커미션’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이날 작업도 담장 소유주와 협의 후 진행됐다. 조선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허겸 작가는 “공대생이지만 그래피티의 매력에 푹 빠져 많은 창작물들을 그리고 있다”며 “주로 레터링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벽에 수놓는 ‘와일드 스타일’로 작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선에서 시작한 그래피티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형태를 갖춰갔다. 골드원이 창작한 캐릭터 ‘태구’도 볼 수 있었는데 스누피의 단짝 찰리브라운 의상을 입은 스누피 캐릭터다. 힙한 버킷햇 모자는 서태지 패션을 오마주한 것. 완성된 작품은 담벼락 한 면을 형형색색 물들였다.
김나라연 작가는 광주에서 활동하며 패션과 하이퍼팝(Hyper pop) 음악을 콜라보하는 아트디렉터, 융복합 디자이너다. 조선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현대, 전통의상과 사이버 펑크 스타일의 미래지향적 의상 등을 결합해 환경, 젠더 등을 주제에 녹여낸다.
최근 작가는 ‘Hyper Industry’전을 광주 주안미술관에서 선보였다. 고에너지의 전자음악에 키치한 성질을 가미, 예술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시키는 하이퍼팝 ‘Faceless’, ‘Duthch pump’를 창작해 이를 패션쇼에 접목하고 있다.
김나라연 작가는 “전시 취지는 키치와 젠더,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담아 하나의 가상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며 “3D 어패럴, 윤여진 아티스트와 콜라보 등을 통해 기획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저마다 천착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두 분야의 아티스트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예술 지평을 넓히고 있었다. 이들은 ‘예술은 이렇고 저래야 한다’라는 엄숙·진지주의에 대해 반문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새롭게 다가왔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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