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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나랩’ 기획시리즈 ‘문턱’ 공연, 낯선 만남…완벽 하모니

by 광주일보 202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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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음악가 3인 초청 ‘이방인’
국악·양악 크로스오버 음악 선사
재해석·자작곡에 관객들 환호

바람아 불어라’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카뮈는 소설 ‘이방인’에서 실존과 불안을 얘기했다. 낯선 것들은 ‘불안’하지만, 불확실성 너머에는 다른 존재와 교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음악을 통해 낯섦을 다채롭고 의미있게 풀어내는 무대가 열렸다. 지난 8일 저녁 동구 보헤미안 소극장에서 진행한 ‘이방인’이 바로 그것. 감각적인 블루스 바나 살롱을 연상케 하는 공연장 내부에는 음악적 교감을 느끼려는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공연은 문화콘텐츠 제작소 나랩이 2023 공연문화활성화 기획시리즈 ‘문턱’의 일환으로 펼친 세 번째 무대였는데 공연장 문턱을 낮춰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간다는 취지를 담았다.

로비에 들어서자 프리 드링크 한 잔이 제공됐다. 통상적으로 내부 음료 반입을 금지하는 암묵적 규칙과는 달랐다.

공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해금연주자 김단비는 “각자 스타일과 음악세계가 있던 창작 음악인 셋은 서로에게 이방인이었다”며 “각각 다른 예술세계가 만나 음악적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답했다.

무대에는 총 세 명 아티스트(이방인)가 올랐다. 김단비밴드 래인 대표이자 정규 앨범 ‘해금에세이’ 등을 출시한 김단비, 베이스기타를 주로 연주하며 마인드바디앤소울 앨범 ‘Road To blues’ 등에 참여한 최민석, 디지털 EP ‘그란디’와 싱글 ‘별, 달, 밤’ 등을 선보이며 특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조재희.

서주부터 양악(洋樂)과 국악(國樂)의 크로스오버는 귀를 즐겁게 했다. 서양악기를 대표하는 두 대 기타와 조화를 이루는 해금은 공명통을 울리며 맵시 있는 소리를 냈다. 활에 말총을 매달아 현을 마찰하는 해금은 줄 두 개로 이루어진 전통 현악기로 단아하면서도 수려한 음색을 드러냈다.

이어지는 ‘바람아 불어라’는 모진 시련을 무릅쓰고 의연히 나아가는 의미를 담은 곡. 힘든 예술활동을 지속하는 창작인들의 협연은 곡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되풀이되는 “바람아 불어라”라는 가사는 ‘바람’이 표상하는 고난과 소망을 연상케 했다.

여기에 자작곡 ‘해소’와 ‘사랑을 하는 방법’, ‘나른한 오후’ 등도 감상할 수 있었다. 또 ‘서방시장 골목길 포차’는 광주 서방시장 골목길을 모티브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포차를 표현한 작품으로, 조재희가 작사·작곡하고 불렀다.

나훈아 원곡 ‘무시로’는 그의 골든디스크에 수록된 곡으로 익숙했다. 곡 중간중간에는 환호성이 무시(無時)로 터져 나왔다. 공연 후문에 따르면 ‘무시로’와 함께 ‘서울탱고(방실이)’도 후보곡에 있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한다.

국악의 흥겨움도 공연장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웅숭깊은 생명력이 깃든 민요 ‘너영 나영’의 신명은 젊은이들에게 통했다. 이어 저해금(해금을 콘트라베이스처럼 개량한 것)이 울리는 ‘맑은 호수’, ‘태평가’ 등 국악 레퍼토리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들썩이게 했다.

클라이막스는 ‘마담을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 퇴폐적 주제를 갖는 리드미컬한 미드템포 곡으로, 이 작품만을 듣기 위해 찾아온 관객도 있었을 정도로 흥겨운 리듬과 센스있는 가사가 돋보였다. 객석을 비추는 붉은 조명은 물랭 루주 풍 펍을 연상시켰고, 관객들은 흥에 겨워 추임새를 넣었다.

낯선 세계와의 조우는 언제나 설렘을 느끼게 한다. 자신만의 견고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오던 지역예술인 세 사람은 이날만큼은 ‘이방인 아닌 이방인’으로 보였다. ‘낯섦’이 주는 불안과 이질감을 넘어 하나로 의기투합할 때 설렘과 음악적 시너지로 전이되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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