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록관~중앙초 410m 판석 들어내고 아스팔트 교체 중
보행로·우회 표지판도 없이 시민들 중장비 사이로 ‘아슬아슬’
광주 동구청 “신호수가 안내원 역할…표지판 분실” 황당 답변
광주시 동구가 궁동 예술의 거리 일대에서 도로 정비 사업을 하면서 보행자 안전 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장비를 투입해 도로 판석을 들어내는 등 대규모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우회로 안내도 없고 출입 통제조차 제대로 안 돼 시민들이 위험한 공사 현장을 걷고 있다.
광주시 동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예술의거리 보·차도 정비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는 본격 공사에 돌입했다.
10여년 전 깔았던 판석 보도가 깨지고 들뜨는 등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아스콘으로 교체하는 공사다.
공사 구간은 동구 금남로 5·18 민주화 운동기록관부터 궁동 중앙초등학교까지 410m 구간 도로다.
14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공사 현장에서는 시민들이 가동 중인 중장비 옆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니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됐다.
별도 보행로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판석을 들어내 진흙탕으로 변한 보도를 걷고 있었고, 우회로를 안내하는 표지판도 설치되지 않았다.
공사장 접근을 막는 안전띠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고, 입구에 러버콘(고무 고깔) 세 개를 세워 둔 것이 전부였다.
보행안전 도우미도 현장에는 없었다. 관련법에 따르면 보도를 점용해 공사하는 경우 보행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보행안전 도우미를 배치해 시민 보행권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13일 공사를 시작하면서 출입 금지 및 우회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설치했는데, 당일 밤 도난을 당했다”고 해명했다. 14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표지판을 재주문했다고 설명했다.
보행안전 도우미와 관련해서는 “‘안전관리비’ 예산으로 고용한 신호수가 보행안전 도우미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으므로 별도로 배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호수와 보행안전 도우미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서로 역할을 공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호수는 건설기계 등 차량을 대상으로 한 교통 통제, 보행안전 도우미는 보행자를 통제하고 안전조치 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또 보도 공사 중에는 펜스나 테이핑 등을 통해 공사 현장과 보행로를 구분하는 것이 원칙이며, 최소한 공사현장 인근 거주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행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보행자와 직접 접촉하는 보도 건설 현장은 어느 현장보다 안전이 중요한데, 관할청인 동구청의 안전 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불의의 사고가 나지 않도록 동구청이 안전 의식을 갖고 세심한 안전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예술의거리 보차도 정비공사는 시비 5억원을 투입해 오는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직선 도로 구간에서는 오는 13일까지 기존 판석 포장을 철거하고 15일까지 아스콘 포장을 덮은 뒤, 10월 중 예술의거리 특징을 담은 그림을 그려넣는 도막 작업을 할 예정이다. 교차로 구간 공사는 오는 10월 중에 추진되며, 기존 5㎝ 두께의 판석을 들어내고 20㎝ 두께의 판석을 덮을 계획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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