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한해 평균 광주 5250건·전남 7452건

최근 4년간 가해자 구속 꾸준히 늘어…광주 40명·전남 70명
전국 피해자 17만여명 중 70%는 여성…2차 피해 방지책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40대 A씨는 지난달 7일 광주시 광산구 자신의 집에서 사실혼 부부 관계인 40대 여성 B씨를 술병으로 때려 특수폭행 등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A씨에게 임시조치 1~3호를 내려 B씨 주거·직장의 100m 이내로 접근하거나 전화·이메일로 접촉하지 않도록 했다. 임시조치는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찰이 검찰에 신청, 법원의 결정을 받아 시행할 수 있는 가·피해자 간 물리·공간적 분리 조치다. 가해 정도에 따라 주거 등에서 퇴거를 요구하는 1호부터 상담소 등 상담위탁을 하는 6호까지 단계별로 나뉜다. 경찰의 제재에도 A씨는 9월 1일까지 B씨와 동거하면서 네 차례 임시조치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고, 결국 지난 4일 임시조치 5호를 받아 1개월 동안 유치장에 갇히게 됐다.

#여수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60대 C씨는 최근 아내 D씨의 머리에 휴대전화를 집어던지고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해 특수폭행 등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조사 결과 C씨는 D씨가 명절에 시댁에 인사를 하러 가지 않겠다고 말하자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C씨에게 긴급임시조치를 내리고 D씨의 주거·직장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광주·전남에서 지난 4년 동안 한 해 평균 광주 5250건, 전남 7452건의 가정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국민의힘 김용판(대구 달서구병)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광주에서는 2만 821건의 가정폭력이 112에 신고·접수됐으며, 전남지역 신고 건수는 2만 9808건에 달했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세다. 광주에서는 2019년 5250건, 2020년 4774건, 2021년 5125건, 2022년 5672건 등 신고 건수가 늘었으며, 전남 또한 2019년 7619건, 2020년 6836건, 2021년 7636건, 2022년 7717건 등 점차 늘어났다.

가정폭력 가해자 구속도 늘고 있다. 광주에서는 2019년 6명, 2020년 11명, 2021년 8명, 2022년 15명 등 4년 동안 40명이 가정폭력 혐의로 구속됐다. 전남의 구속자 수는 2019년 22명, 2020년 12명, 2021년 18명, 2022년 18명 등 총 70명이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4년 동안 전국 가정폭력 피해자는 17만 1760명으로, 이 중 70.1%인 12만 532명이 여성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신고 건수도 덩달아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가정폭력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넘겼을 일이라도,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뿐 아니라 신고 이후 보복 범죄나 스토킹 등 2차 피해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정폭력 그 자체도 중대한 범죄이나, 가정폭력을 피하려다가 스토킹 등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가족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등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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