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출 작가 ‘Seeing’전
25일까지 나인갤러리
파리·홍콩·서울·부산 등 소재
모든 작품은 사진이나 도록으로 보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보는 게 훨씬 흥미로운데, 서양화가 우병출 작가의 그림은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설명을 듣기 전 도록으로 접할 때는 너무도 사실적인 묘사가 얼핏 사진처럼 보이기도 하고, 펜으로 세밀하게 그려낸 드로잉 작품처럼 인식됐다. 또 조금은 차갑고 빈틈이 없어 딱딱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작품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수묵화의 기운이 느껴지고, 적절한 마티에르가 어우러져 입체감을 선사한다.
그의 작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늘, 또는 물결이다. 처음에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세밀하게 포착해된 건물이나, 거리 풍경, 도시의 스카이 라인에 눈길이 가지만 잔잔히 흐르는 물결이나 독특한 터치의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에 오래 눈길이 머문다. “색을 절제하는 게 힘들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 속에 포인트처럼 감춰져 있는 ‘색’은 또 다른 흥미로움으로 다가온다.
서양화가 우병출 작가가 서울 인사아트센터 전시에 이어 오는 25일까지 광주 예술의 거리 나인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대전 목원대 출신으로 서울과 외국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가 광주에서 여는 첫 전시다.
전시작은 모두 ‘Seeing’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에 대한 의미와 정보 보다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가 즐겨 그리는 것은 도시의 풍경이다. 하늘을 찌를듯한 빌딩이 멋진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뉴욕이나, 에펠탑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파리, 홍콩 등이 주 소재였고, 최근에는 서울과 부산 등 국내 풍경들도 다루고 있다. 여행을 떠나 수백킬로미터를 걸으며 자신만의 포인트로 사진을 찍고, 작품에 가장 적합한 시선을 포착해 화폭에 옮긴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예술의 거리 등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소재를 모으고 있었다.
우 작가는 “도시마다 선의 느낌이 모두 다른데, 그 다름을 나만의 시각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선은 반복이며, 반복 속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하늘에서 내려보는 듯한 부감법을 통해 전체를 조망하는 풍광이 많다. 검은색 주조의 작품 속에 노랑, 빨강 등 원색이 포인트처럼 들어가 작품에 또 다른 이미지를 부여한다. 고층 건물 일색의 풍경 속에 박혀 있는 푸른 숲 등은 도심의 허파 기능을 하는데, 화폭에도 휴식과 위안을 전하며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그의 초창기 작업은 자연 풍경을 그리는 데 집중돼 있었다. 이 때도 있는 그대로 그리기 보다는 원경은 근경처럼, 근경은 원경처럼 그려내면서 다른 시선을 포착해 냈다. 이번 전시장에 나온, 자연 풍광을 그린 작품들은 기존 작가들의 풍경화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며 작가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50호, 200호에 달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작가의 땀과 인고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150호 크기의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900~1000시간에 달한다. 하루 16시간씩 작업실 이젤 앞에 앉아, 차곡차곡 벽돌을 쌓듯이 가는 세필로 선을 그리며 캔버스를 채워가는 그의 작품에선 노동의 공력과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전시장에는 그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 자동차 그림이 몇 점 걸려 있다. 자신이 화가라는 걸 알고 ‘자동차’를 그려달라고 청했던 아이의 제안에 작업한 것으로 그에게는 휴식처럼 다가오는 소재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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