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연 ‘광주 지엔스튜디오’…3D프린팅 디오라마 피규어 전시
덕후들의 성지…서구 발산마을 오픈스튜디오 ‘오타쿠 연구소’
광주관광재단…코스프레 축제 ‘2023 쥬씨페스티벌’ 14일부터
흔히 ‘서브컬처(Subculture)’라 하면 하위문화 혹은 주류 문화에 복속된 마이너한 취미생활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프라모델 제작이나 코스프레, 철도·항공, 밀리터리 마니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문화적 존재감을 드러냄에도 ‘오타쿠 문화’로 치부되며 가치를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 최근에야 인식이 바뀌며 주류·하위문화간 경계가 없어지면서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달여 전 문을 연 광주 지엔스튜디오(동구 충장로 22번길 8-12, 4층)는 임중현 공예작가가 상주하는 3D피규어 제작 공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블랙팬서’, ‘데드풀’, ‘스파이더맨’과 ‘베놈’, ‘아쿠아맨’ 등 피규어 모델 20여 점을 볼 수 있는데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설계한 뒤 3D프린터로 출력한 작품들이다.
“키덜트 문화가 각광받으며 프라모델 등에 관심이 늘어난 것을 실감해요. 커플들도 공간을 찾아주곤 해 의욕적으로 작업하는 중입니다”
흔히 ‘덕업일치’(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를 실천하고 있는 임 작가는 “좋아하던 일이 업이 되어 행복하지만 고되기도 하다”며 “한 작품을 만드는 데 보통 한 달 정도씩 걸리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영화 속 명장면을 배경까지 구현한 ‘디오라마’도 일품. 평균 수 백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핑거스냅으로 아이언 맨을 절망케 하는 영화 ‘엔드 게임’의 씬과 20세기 말 일본 다크판타지의 정수 ‘베르세르크’, 영화 ‘위쳐’의 기사(게롤트)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최근 방문한 ‘오타쿠 연구소(서구 천변좌로 108번길)’는 덕후들을 위한 ‘성지’다. 정다운 미술작가가 오픈스튜디오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작업실은 데이트코스로 잘 알려진 청춘발산마을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의외였다. 마치 이질적인 것이 공존하는 초현실주의 ‘데페이즈망’ 기법을 건물 자체로 재현하는 듯했다.
정 작가는 “발산마을이 연인들 데이트 코스라고 알려져 있지만 ‘2D 애인’(애니메이션 캐릭터)과 함께 오셔도 좋다”며 “말이 그렇지 생각보다 3D 애인(실제 애인)과 찾는 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부에 기차선로를 만들어 ‘골방기차 여행구경’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초상화도 그려주는 등 여러 예술활동을 진행해 왔다”고 스튜디오를 소개했다.
서브컬처와 ‘오타쿠’라는 말이 함의하는 부정적 뉘앙스에 대해 묻자 정 작가는 “이쪽 세계에서는 ‘존중하시죠, 취향합니다’라는 밈(Meme)이 나오는 등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오타쿠 문화의 원조 격 일본에서도 ‘오타쿠’라는 말이 마냥 긍정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점차 부정의 의미가 약화되고 있는 추세”고 언급했다.
일반인이 보기에 다소 특별해 보이는 그는 독특한 복장을 입는 코스어들과도 교류해 왔다. TV에서 소비된 오타쿠 이미지와는 달리 함께하다 보면 연애 중이거나 ‘노멀’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미디어 등으로 인해 대중에게 호도된 측면이 있지만 “오타쿠 이미지를 넘어 그들에게 애정어린 시선을 보낼 필요가 있다”며 웃어 보였다.
직접 서브컬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코스어(코스프래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코스튬(의복)을 뽐내는 ‘2023 쥬씨페스티벌 IN에이스페어’는 광주관광재단이 주관하는 행사인데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3일에 걸쳐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행사장에서는 VR 등 게임 체험존과 청년 공예품을 만나는 ‘세모귀마켓’, 일러스트 작가가 진행하는 드로잉 쇼도 볼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앙상블스타즈’, ‘프로젝트 세카이’ 캐릭터로 분장하고 펼치는 댄스경연대회도 펼쳐질 예정이다.
쥬시페스티벌 이동민 대표는 “인구수 감소와 코로나를 겪으며 ‘코스프레’는 개인의 취미에서 가족단위의 행사로 변화하고 있다”며 “가족들의 손을 잡고 찾아와 행사를 즐겨보셔도 좋다”고 말했다.
서브컬처는 주류와 하위문화라 부르는 경계를 점차 허물고 있다. 올가을, 문화의 또 다른 이면 ‘서브컬처’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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