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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살롱 드 경성’ - 김인혜 지음

by 광주일보 202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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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전쟁 비극 속 슬프도록 찬란했던 예술가들의 삶

박완서의 장편소설 ‘나목’이 박수근 화가의 삶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1965년 5월 박수근이 작고했다. 그 해 10월 유작전이 열렸는데, 당시 박완서는 전시가 열린다는 기사를 접하고 전시장을 찾았다. 박완서는 작품 앞에서 벅차오르는 감동을 받았다. 평생 가난하게 살았던 화가의 삶을 소설로 쓰고 싶다는 열망을 느꼈다.

그렇게 박수근과의 인연을 소재로 ‘나목’을 썼고, 1970년 ‘여성동아’ 현상 공모에 당선됐다. ‘나목’은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 이뤄낸 의미있는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미술은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어가 서울에서 열려 문전성시를 이루고 김환기 등 한국의 화가 작품이 100억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한다.

한국의 미술이 지금처럼 급성장하게 된 것은 불과 100여 년 안팎이었다. 세계의 변방에서 주목을 받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이면을 들춰보면 열악한 환경에서도 예술혼을 불살랐던 이들이 있었다.

식민지 암흑기와 전쟁의 비극 속에서 피폐한 삶을 견뎌내며 예술을 향한 열정을 꽃피웠던 이들을 조명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술사가인 김인혜 전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이 펴낸 ‘살롱 드 경성’은 한국 근대기 예술가들의 유산을 조명한다.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일하며 아시아 미술에 집중했으며, ‘아시아 큐비즘’, ‘아시아 리얼리즘’과 같은 전시를 공동기획했다. 이번 책은 2021년부터 ‘조선일보’에 연재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칼럼을 수정, 보완했다.

제주도로 피란을 왔던 이중섭은 일본으로 떠난 부인과 아이들을 그리워했다. ‘가족과 첫눈’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저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미술가 30여 명과 문인들의 우정, 사랑, 작품 세계를 맛깔스럽게 소개한다. 구본웅을 비롯해,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나혜석, 이쾌대, 이인성, 이성자, 장욱진, 권진규, 문신 등 주요 작가들의 이야기가 기본 모티브다. 이들은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가혹한 시대를 통과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먼저 근대기 화가와 문인들이 우정을 매개로 서로의 예술세계를 성장시켜 나간 과정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인물이 곡마단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경성의 두 천재 이상과 구본웅이었다.

구본웅이 당대 재야 일본 그룹에서 이름을 알린 후 귀국했던 것이 1933년이었다. 이상이 도쿄로 떠났던 1936년까지 두 천재는 거의 붙어 다녔다 한다.

“‘덥수룩한 머리와 창백한 얼굴에 숱한 수염이 뻗친 이상’과 ‘꼽추인 데다가 땅에 끌리는 인버네스를 걸친 구본웅’이 함께 거리를 거닐면 곡마단이 온 줄 알고 어린아이들이 그 뒤를 졸졸 따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저자는 화가의 오늘이 있기까지 예술적 동지이자 후원자였던 아내의 이야기도 풀어낸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의 마지막 구절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날자꾸나 이상, 황소 그림 이중섭, 역사는 흐른다” 노랫속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근대화가가 바로 이중섭이다.

이중섭이 그린 많은 그림에 부인 이남덕의 존재가 드리워져 있다. “곱슬곱슬한 앞머리를 말아 올린 여인의 모습은 모두 이남덕을 모델로” 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책에는 가혹한 세상을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예술의 길을 걸었던 화가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격랑의 시대 걸작들을 남겨 ‘한국의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이쾌대는 최악의 여건 속에서도 불굴의 삶을 살았다. 포로수용소에 수용돼 있으면서도 그는 어린 화가 지망생을 위해 데생 교본을 제작했다.

이밖에 한국 근대 조각의 거장 권진규, ‘노예처럼 일하고 신처럼 창조’했던 문신 등 집념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울림을 준다.

한편 저자는 “세파를 견디며 철저한 고독 속에서 지켜낸 예술가의 정직한 표현!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각자의 삶과 경험에 비추어 각기 다른 나름의 ‘시사점’을 얻는 것이다”고 말한다. <해냄·2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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