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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전쟁과 죄책 - 노다 마사아키 지음·서혜영 옮김

by 광주일보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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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침략전쟁을 사죄하지 못하는가

지난 6일 히로시마 원폭투하 78주년을 맞아 일본 히로시마현 ‘원폭 돔’(옛 산업진흥관) 옆 강물에 종이등을 띄우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일본인들. /연합뉴스

“중국 인민에게 했던 행위는 죄송스럽고, 오로지 사죄하는 바입니다.”

암 투병을 하던 한 71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1주일 전, 딸에게 묘비에 새겨달라며 종이쪽지를 건넨다. 유언처럼 남긴 쪽지에는 12년8개월 동안의 직업군인(헌병) 이력과 함께 침략전쟁을 사죄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큰아버지와 오빠의 반대로 사죄 문구를 비석에 새기지 못했다. 전후 세대인 딸은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자 했지만 아버지의 젊은 시절 빈 퍼즐을 채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침략전쟁에 대해 사죄한 아버지를 소재로 한 소설 ‘슬픈 강’을 쓴 작가 구라하시 아야코의 실화다.

신간 ‘전쟁과 죄책’은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심층보고서이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에 태어난 저자 노다 마사아키 또한 구라하시 아야코와 같은 경험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군의관으로 참전했지만 아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침략전쟁 시기에 중국에서 군의관과 헌병, 특무기관원 등으로 활동하다 전범으로 체포돼 10여년 복역한 후 생환한 전범들을 인터뷰해 ‘전쟁과 죄책’을 펴냈다. 이번 신간은 2022년 출간된 문고판을 기준으로 설명을 추가하고, 한국어판 서문과 후기를 수록했다. 저자는 후기에서 군국주의 전범 연구에 나선 까닭을 이렇게 밝힌다.

“전쟁과 죄의 연구를 시작했을 때 나의 문제의식은 왜 일본인은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못하는가, 반성하지 않고 무엇을 애도하고 있는가, 일본군의 권위주의는 전후 일본 사회에 어떻게 형태를 바꾸어 이어져 왔는가 등이었다. 잔학한 전쟁 행위와 그 전쟁에 찬동한 일을 반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위에서 ‘시켜서 한 전쟁’에서 ‘내가 한 전쟁’으로, 주체를 되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체 해부실험을 하는 군의관, 중국인을 대상으로 신병들에게 총검훈련을 시키는 중대장, 중국군 포로를 참수해 버리는 소대장, 체포한 중국인·조선인을 재판 없이 731부대로 넘겨버리는 헌병…. 이러한 잔혹한 행위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이나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와 복종에 대한 실험만으로 충분히 설명하진 못한다. 이들 모두는 전범으로 붙잡혀 중국 감옥에 갇힐 때까지도 자신들의 거리낌없이 벌였던 행위에 대해 전쟁범죄로 인지하지 못했고,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저자는 전범들의 정신분석에서 한발 나아가 과거를 외면하는 일본사회를 진단한다. 일본은 종전 후 독일과 달리 침략전쟁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죄하지 않았다. 부모세대는 과거 일에 침묵했고, 전후세대인 자녀들은 묻지 않았다. 저자는 “내가 죄의식을 묻는 것은, 타자의 슬픔을 감싸안는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독일 역시 패전후 곧바로 자신들의 죄를 자각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1945년 8월 한 강연에서 “우리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죄다”고 질타했다. 그리고 이듬해 저술한 ‘죄책론’에서 죄의 개념을 4가지(형법상의 죄, 정치상의 죄, 도덕상의 죄, 형이상의 죄)로 구분하고 나치 시기 독일인들의 죄를 추궁했다.

신간 ‘전쟁과 죄책’은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고 있는 현재 일본의 밑바닥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특히 중국에서 활동했던 전범 위주로 구성돼 식민지 조선에서 자행했던 일제의 전쟁범죄가 전혀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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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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