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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이름보다 오래된 - 문선희 지음

by 광주일보 2023.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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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에 담긴 간절한 눈빛…슬픈 고라니의 ‘초상’

사진 속, 슬픈 눈망울의 고라니가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귀를 쫑긋 세우고 정면을 응시하는 고라니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하다. 어미를 잃고 구조센터에 맡겨진 아기 고라니부터 어른 고라니까지, 그들의 ‘초상’은 ‘단 하나의 존재로 초대받은 생명들의 모습’이다.

사진작가 문선희의 작품은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구제역·조류독감 매몰지 100여 곳을 기록한 연작 ‘묻다’, 1980년 5·18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80여명의 기억이 남아있는 장소를 소환한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 높은 첨탑과 굴뚝 등 인간의 존엄을 건 고공 농성이 일어났던 곳을 기록한 ‘거기에서 뭐하세요?’ 시리즈 등이 모두 그렇다.

문 작가의 사진과 글을 모은 ‘이름보다 오래된-문명과 야생의 경계에서 기록한 고라니의 초상’은 그가 10여년 간 앵글에 담은 고라니 사진 50여점과 촬영의 긴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고라니는 몸 전체 길이가 80~100센티미터, 몸 높이는 약 55센티미터, 몸무게는 15~20킬로그램 정도의 작은 사슴이다. 한국에서 고라니는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현상금 3만원에 포획되는 등 매년 인간에 의해 죽는 고라니는 약 25만 마리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고라니는 멸종위기종이다.

이른 아침 차를 몰고 산길을 달리던 그 앞에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 한마리는 도로 한 가운데서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그 잔상이 계속 남았던 작가는 고라니를 찾아 나선다.

머루, 산이, 보리, 나래, 모모, 허둥이…. 작가는 “고라니라는 이름 석 자로 뭉뚱그려진 존재들을 한 올 한 올 풀어내 유일무이하고 고유한 존재로, 있는 그대로 기억하기로”한다. 초상작업의 시작이었다. ‘오묘하게도 저 마다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고라니들이 관객들을 직접 자신의 세계로 초대하기를 바란 작가는 마주 보는 느낌이 들도록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을 촬영했다. 배경과 컬러, 몸을 모두 생략하고 고라니와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느꼈던 그 ‘일렁임’만을 담으려 애썼다.

‘이름보다 오래된’을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의 시작과도 같은 책’이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정혜윤 CBS PD의 ‘끝내 사랑하는 꿈, 눈이 찾는 빛’, 문선희의 작품 세계를 다룬 장혜령(소설가)의 ‘도착할 수 없는 편지는 사라지는가?’ 김산하(생태학자·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의 ‘세계와 연결되는 가장 인간적인 길’ 등 세 편의 추천글도 놓치기 아까운 기획이다.

문 작가는 2021년 제22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을 수상 했으며 사진집 ‘묻다’ 등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2023년 제13회 일우사진사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이다.

<가망서사·2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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