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섭 외 지음
#코로나 유행 초기, 마스크 가격이 껑충 뛰고 품귀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전국 각 지자체들은 주민들에게 가구단위로 마스크를 나눠주었다. 어느 집에서 마스크를 세어보니 한 사람분이 부족했다. 그 집 시어머니가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보니 “며느리가 외국인(영주권을 취득한 결혼이주여성)이어서 빠졌다”고 답했다.
#코로나 대유행 때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방호복을 입고 중환자실을 청소하거나 다양한 폐기물을 수거했다. 그렇게 몇 시간 일하다 보면 땀범벅이 돼지만 맘 편히 쉬고,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휴게실이 폐쇄돼 버렸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청소하는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새 책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는 성공적이라는 ‘K-방역’의 이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취약계층(여성·아동·장애인·비정규직·이주민)의 삶에 주목한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기획으로 5명(김사강·김새롬·김지환·김희진·변재원)의 연구자들은 오랜 시간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해온 현장활동가 37명을 인터뷰를 하며, 한국사회가 경험한 코로나 19 팬데믹을 취약계층의 시좌(사물을 보는 자리)에서 분석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재난이 차별을 만났을때’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에서 저자들은 “재난 상황에서 누구를 가장 먼저 구조해야 하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동, 노인, 여성, 장애인과 같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을 먼저 구하는 것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음을. 그러나 코로나 19 팬데믹을 마주친 우리 사회에서 이 상식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 대가는 어떠했는가?”고 묻는다. 김승섭 교수는 지난 3년의 시간을 ‘성공적인 방역’으로만 기억하는 일은 위험하다며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밝힌다.
“그러한 방식의 기억은 지난 3년 동안 각자의 사회적 거리에서 팬데믹을 차별적으로 경험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고, 밑에서 부터 차오르는 위험을 가장 먼저 자신의 몸으로 감당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한국사회가 배우고 변화해야 하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 동안 이주민을 비롯해 여성·아동·장애인·비정규직들이 감내해야 했던 차별은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주민은 공동체의 일원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비장애인 중심의 방역정책은 건강 취약계층을 위한 마땅한 지원책과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국가는 ‘팬데믹시기 장애인의 건강 취약성은 최우선적인 지원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새 책은 ‘K-방역 백서’에 실리지 못할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보건정책 입안자와 독자들은 미래에 또 다른 팬데믹에 직면하기 전에 한국 사회가 보완하고, 고쳐나가야 할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명의 저자는 “기록은 현실에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통찰을 간직한 이야기로 만들어져 사용되어야 한다”면서 “틀림없이 다시 찾아오는 감염병 재난에서 ‘재난 불평등’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 나아가 사회 불평등의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한다.
<동아시아·2만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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