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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에 대한 인문학적 질문
“그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는 지혜롭다고 믿는 거만한 바보였다.” ‘글 쓰는 문과 남자’는 지난 2009년 리처드 파인만(1918~1988)의 회고록 ‘파인만!’을 읽다가 ‘거만한 바보’를 질타하는 문장에 충격을 받았다. 파인만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 샐럽’이다, 인문학자와 과학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학제적 토론회에 참석했던 그는 모호한 주제를 가지고, 자기 관점에만 집착하는 많은 ‘거만한 바보’과 부딪히며 낭패를 봤다. ‘거만한 바보들’은 바로 역사학자, 사회학자, 법률가, 신학자들이었다. 물질세계에 대해 전적으로 무지했던 ‘문과 남자’는 자기 또한 ‘거만한 바보’였음을 인정하고 과학고전은 물론 ‘인간의 언어로 과학을 가르쳐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쓴 과학 교양서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과학 공부를 한지 10여년 만에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를 펴낸 유시민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는 “파인만은 인문학자를 비난하지 않았다. 과학을 알려고 하지 않는, 과학의 연구방법을 거부하는, 과학을 배척하는, 그러면서도 스스로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면서 “과학과 인문학의 비대칭을 나는 슬픈 마음으로, 그러나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신간은 ‘바보’를 겨우 면한 문과의 무모한 과학공부 도전기이자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이다.
수학을 못해 문과가 된 ‘운명적 문과’라고 솔직하게 밝힌 저자는 자신의 과학공부 이야기를 뇌 과학에서 생물학→ 화학→ 양자역학→ 우주론으로 나아간다. 첫 걸음을 뇌 과학에서 떼는 까닭은 문과가 과학책을 읽으려면 방정식이 없어야 하고, 뇌 과학을 알면 생물학에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특히 ▲나는 무엇인가(뇌과학)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생물학)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화학)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물리학) ▲우주의 언어인가 천재들의 놀이인가(수학) 등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며 저자만의 사유를 풀어낸다.
저자는 과학공부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나는 무엇인가?’처럼 예전에 몰랐던 여러 질문을 만났다. 스무 살에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칸트의 인식론도 뇌 과학과 양자역학을 ‘얻어들으며’ 더 깊이 해석했다. 독자들은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과학이라는 울창한 숲으로 들어선다. 숲을 빠져나올 때 쯤이면 저자처럼 새롭게 과학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는 ‘인문학 위기’가 “인문학자가 과학을 공부하지 않고 과학자들이 찾아낸 사실을 활용하지 않는데서 위기가 싹텄다고 본다”고 말한다. 또한 인문학에서 익숙한 ‘나는 누구인가?’ 대신 ‘나는 무엇인가?’로 질문을 제때 수정하지 못한데서 싹텄는지도 모른다고 부연한다. 이를 통해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이유이자 목적이다”고 강조한다.
요즘 과학 교양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거만한 바보’를 탈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도전기는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과학과 담쌓고 사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운명적 문과’인 저자의 바람은 소박하다. “나는 그리 길지 않을 시간을 조금 덜어 이 책을 썼다. 쓰는 동안 즐거웠다. 남들과 나누면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전부다.” <돌베개·1만75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과학 공부를 한지 10여년 만에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를 펴낸 유시민 작가의 이야기다, 작가는 “파인만은 인문학자를 비난하지 않았다. 과학을 알려고 하지 않는, 과학의 연구방법을 거부하는, 과학을 배척하는, 그러면서도 스스로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비판했다”면서 “과학과 인문학의 비대칭을 나는 슬픈 마음으로, 그러나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신간은 ‘바보’를 겨우 면한 문과의 무모한 과학공부 도전기이자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이다.
수학을 못해 문과가 된 ‘운명적 문과’라고 솔직하게 밝힌 저자는 자신의 과학공부 이야기를 뇌 과학에서 생물학→ 화학→ 양자역학→ 우주론으로 나아간다. 첫 걸음을 뇌 과학에서 떼는 까닭은 문과가 과학책을 읽으려면 방정식이 없어야 하고, 뇌 과학을 알면 생물학에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특히 ▲나는 무엇인가(뇌과학)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생물학)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화학)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물리학) ▲우주의 언어인가 천재들의 놀이인가(수학) 등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며 저자만의 사유를 풀어낸다.
저자는 과학공부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나는 무엇인가?’처럼 예전에 몰랐던 여러 질문을 만났다. 스무 살에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칸트의 인식론도 뇌 과학과 양자역학을 ‘얻어들으며’ 더 깊이 해석했다. 독자들은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과학이라는 울창한 숲으로 들어선다. 숲을 빠져나올 때 쯤이면 저자처럼 새롭게 과학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는 ‘인문학 위기’가 “인문학자가 과학을 공부하지 않고 과학자들이 찾아낸 사실을 활용하지 않는데서 위기가 싹텄다고 본다”고 말한다. 또한 인문학에서 익숙한 ‘나는 누구인가?’ 대신 ‘나는 무엇인가?’로 질문을 제때 수정하지 못한데서 싹텄는지도 모른다고 부연한다. 이를 통해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이유이자 목적이다”고 강조한다.
요즘 과학 교양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거만한 바보’를 탈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도전기는 21세기 첨단 과학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과학과 담쌓고 사는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운명적 문과’인 저자의 바람은 소박하다. “나는 그리 길지 않을 시간을 조금 덜어 이 책을 썼다. 쓰는 동안 즐거웠다. 남들과 나누면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전부다.” <돌베개·1만75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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