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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 백민석 지음

by 광주일보 2023.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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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분노 자본을 간직한 몇 되지 않는 현직 작가”(김형중)라는 평을 듣는 백민석. 지난 1995년 펴낸 장편 ‘헤이, 우리 소풍 간다’는 실험적인 형식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발휘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헤이, 우리 소풍 간다’가 문지클래식 시리즈의 9번째로 출간됐다. 문지클래식은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중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작품’들로 구성됐다.

‘헤이, 우리 소풍간다’의 주인공들은 1980년 철거촌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1980’이 지시하는 것은 “한 사회, 한 나라 구성원 전체에 작용하는 훼손, 결핍”인 5·18을, 철거촌이라는 공간은 가난과 계급 차별의 문제를 환기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폭력적인 사건이 무시로 일어나던, 도덕과 합리와는 거리가 먼 1980년을 통과하며 성장한다. 이들은 그 기억을 ‘태생’처럼 간직한 채 어른이 된다.

컬러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1980년은 소설 속 인물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만화영화 이미지에 자신들을 동일시하고 실제 이름 대신 ‘벅스버니’, ‘딱따구리’처럼 만화영화 캐릭터의 이름에서 따온 별명으로 불린다. 갖가지 형형색색의 이미지로 구축된 이들의 환상은 단순한 놀이터를 넘어 도피처에 다름아니다.

백민석 작가는 “‘헤이, 우리 소풍 간다’가 다행히 효용 가치가 없지는 않아서, 이후에 나온 내 책들 대부분은 이 소설을 뿌리로 하고 있다”며 “‘헤이, 우리 소풍 간다’의 특징들은 내가 쓴 모든 소설에 조금씩 뒤섞여 있다. 형식 실험이나 그로테스크함은 소설뿐만 아니라 에세이에서도 되풀이된다”고 말한다. <문학과지성사·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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