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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꽃을 그리는 마음 - 이옥근 지음

by 광주일보 202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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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순간, 예술로 피워낸 화가들의 ‘꽃’ 이야기

엊그제 매화가 피었던 것 같은데 벌써 5월 중순을 넘어가고 있다. 시나브로 봄꽃들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한다. 길거리 정원에서 만나는 5월의 장미는 화사하면서도 아름답다. 벚꽃은 지고 철쭉과 수선화도 어느결에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수국과 라벤더와 같은 꽃들이 점점 향기를 발할 것이다.

앙리 마티스는 이런 말을 했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디에나 꽃이 피어 있다”고. 꽃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꽃이 보인다는 말일 게다.

예술가들에게 꽃은 특별하다. 그 자체로 더없이 좋은 그림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예술적 감수성이 남다른 이들이기에 꽃은 가장 좋은 벗이자 심미적인 안식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유명 화가들이 꽃을 자주 그렸던 것은 그런 연유에서였다. 꽃에 자신의 심상을 투영했고, 오늘의 우리는 그 꽃그림을 매개로 화가의 미묘한 감정을 유추하고 추측할 수 있다.

다양한 꽃을 그린 화가들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이옥근 박사의 ‘꽃을 그리는 마음’에는 꽃 그림에 관한 25가지의 에피소드가 펼쳐져 있다. 그림 속에서 자연물에 담긴 특별한 의미와 상징을 찾는 데 관심이 많은 저자는 이번에는 화가들의 꽃그림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울러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비롯해 클로드 모네의 양귀비, 폴 고갱의 티아레 꽃, 마리 로랑생의 꽃 정물화 등 명화 속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에두아르 마네 ‘흰 라일락과 장미 꽃병’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꽃 그림은 이집트 벽화의 수련이다. 기원전 1570~1085년경 이집트의 고분과 신전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불교적 의미의 연꽃 그림은 이집트 수련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집트에서는 푸른 수련이 만물의 생명을 잉태하고 부활시키는 힘이 있다고 봤다. 사막의 한 가운데를 흐르는 나일강의 푸른 물줄기와 수련을 동일한 생명의 상징으로 봤다는 얘기다. 축제나 제례, 종교의식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가 이를 방증한다. 또한 수련이 지닌 강렬한 향기를 일상에서 즐겼기 때문인데, 벽화 속 고대 이집트인들의 생활상에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프랑스 남부에 자리한 프로방스 지역은 따뜻하고 햇살이 좋다. 이곳의 봄의 전령은 아몬드 꽃. 화가들은 꿈속 같은 화사함에 매료되는데 파리를 거쳐 아를에 도착한 반 고흐도 예외는 아니었다.

빈센트 반 고흐 ‘유리컵에서 피어난 아몬드 꽃의 봄’

‘꽃이 피는 아몬드’는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림은 고흐가 아를에 도착한 1988년에 탄생했다. 자신의 고향 네덜란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에 고흐는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꽃송이가 피어난 아몬드 가지를 꺾어 컵에 담았고 그림으로 완성했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양귀비 들판’은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가족의 한때를 모티브로 한다. 그림 속에는 한 여인과 소년이 등장한다. 바로 모네의 아내인 카미유와 아들 장이다. 가족의 일상은 모네가 누린 안정된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이전에 그는 끼니를 잇지 못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

또한 책에는 환상과 설렘의 순간을 포착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비롯해 ‘해바라기가 있는 정원’도 소개돼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연의 풍경은 추상적 감동을 선사한다.

앙리 루소 ‘꽃다발’

이밖에 강렬하고 감각적인 색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앙리 마티스의 ‘빨간색의 하모니’, 다재다능한 세관원이었지만 화가를 꿈꾸었던 알리 루소의 ‘꽃다발’, 현대사회의 이면을 담은 ‘최초의 모더니스트’인 에두아르 마네의 ‘흰 라일락과 장미 꽃병’에 담긴 이야기와 그림을 보는 맛도 깊고 그윽하다.

저자는 “인생의 화창한 순간, 또는 괴롭고 불안한 순간을 꽃에 비유해 그림으로 그렸던 화가들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인생도 순탄하게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며 “독자들도 평소 좋아하는 꽃이 있다면 그 꽃의 의미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고, 나아가 명화가 주는 감동을 함께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즈덤하우스·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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