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살아남은 책의 모험과 역사
아마도, 지금은 사라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책과 도서관’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일 것이다. 사람들은 기원전 3세기에 문을 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공간과 더불어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한다. 이 거대한 도서관에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는 꿈을 꾸던 이집트의 왕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갖추려고 절대권력을 휘둘렀고, 책 사냥꾼의 이야기 등 책과 관련된 사실과 가공의 이야기들이 잉태됐다.
지난 2002년 1억 2000만 달러를 들여 12년간 공사를 진행한 끝에 선조들이 머물렀던 바로 그 지역에 새로운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이 문을 열었고, 이 꿈같은 도서관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작가이자 문헌학자 이레네 바예호의 책 ‘갈대 속의 영원-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은 수천년 동안 살아남은 책의 환상적인 모험과 그 책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고대의 책과 도서관 세계를 연구하는 방대한 자료 속에서 그는 “폭력적이고 격렬한 유럽의 길을 따라 책을 찾는 이들의 피부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여행을 글로 써보기로” 마음 먹었고,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문건에서 마치 환상처럼도 보이는 책과 도서관의 이야기를 발견해낸다.
‘미래를 상상한 그리스’, ‘로마의 길’ 등 크게 두 파트로 나뉜 책은 500여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오랜된 역사적 문건부터 현대의 저서까지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숱한 자료와 자신의 경험 등이 함께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힌다. 특히 소설과 그림책을 쓰는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역량이 발휘돼 역사, 에세이, 우화를 넘나드는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그의 말처럼 ‘상상의 근육’과 ‘실제 자료’가 절묘하게 결합된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은 흥미롭다. 원정 중 늘 베개 밑에 단검을 넣어두고 잠을 청하던 최고의 전쟁 영웅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늘 조언과 통찰을 구했고, 이 책을 품에 안은 채 잠들었다. 독서는 마치 나침반처럼 그에게 미지의 길을 열어주었다.
알렉산드리아에 입성한 로마의 강력한 장군 안토니우스는 보석 등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클레오파트라를 유혹하기 위해 도서관에 비치할 20만권의 책을 그녀에게 바친다. 고대의 전령은 뒤통수에 문신을 새겨 말 그대로 피부에 쓰인 비밀 문서를 운반했고, 나치강제수용소의 수감자들은 상상력의 힘과 말에 대한 믿음인 책에 의지하며 살아내기도 했다.
책에서는 지금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번역이라는 세계, 복제와 상업화를 통한 책의 전파, 분서갱유와 검열 등으로부터 살아남은 책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과 도서관에 대한 저서인 만큼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들은 또 다른 읽기의 즐거움으로 독자를 이끈다.
저자는 “책은 시간의 힘을 뛰어 넘으며 장거리 주자임을 입증했다. 우리가 혁명의 꿈에서 혹은 파국적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책은 거기에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가 지적하듯이 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반디·2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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