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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건축의 눈으로 본 동아시아 영화의 미 - 최효식 지음

by 광주일보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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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영화 속 공간에 담긴 미학 탐색

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서구에서 태동한 예술이다. 결국 동아시아 일테면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영화는 서구 영화 문법의 자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서구의 발전을 따르며 쫓아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그로나 이러한 판이 바뀌게 된 계기를 준 것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다. 영화 강국인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음으로써 가능성을 증명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진정한 한국영화의 출발을 1990년대 후반으로 보기도 한다. 당시 데뷔한 박찬욱 감독, 허진호, 김지운 등이 아직도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최효식 한양여대 인테리어디자인과 교수는 90년대 후반의 한국영화 공간들은 이전 한국영화들에 빚을 지고 있다고 본다.

“1990년대 후반 한국영화들의 공간은 그 당시 데뷔한 젊은 감독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들이 세운 영상 문법에 따라, 한국영화만의 독특한 공간을 구축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혀 다른 영화계들, 예를 들어 서구 영화나 같은 동아시아 영화인 일본영화와 중국영화의 공간적 특성들을 무시하지도 않았다.”

공간을 매개로 빈부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 ‘기생충’의 지하방.

최효식 교수가 펴낸 ‘건축의 눈으로 본 동아시아 영화의 미’는 영화에 담긴 공간의 미학을 탐색한다. 저자는 ‘8월의 크리스마스’·‘라쇼몽’ 등 대표 영화 속 공간의 아름다움을 건축과 영화의 융합적 시각에서 톺아본다. 저자는 최근 건축과 영화, 정신분석학이론 중 하나인 대상관계이론을 융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시뮬라크럼에 의한 블레이드 러너의 포스트모더니즘 특성 분석’과 같은 논문을 썼다.

최 교수는 21세기 동아시아 영화의 공간은 이전과는 달리 다양성의 측면에서 세계 영화계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기생충’의 배경은 20세기 말 등장한 1970~1980년대 한국 모더니즘 건축이라는 것이다. “배우의 연기와 동선이 더 돋보이게 하는 공간으로 또다시 활용되었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20여 년 동안 발전해온 한국영화의 공간보다 더 퇴화했다는 측면도 있다.

저자는 일본영화와 중국영화의 공간적 특성은 한국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관점을 취한다.

먼저 중국의 ‘붉은 수수밭’은 장이머우 감독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영화다. 물론 ‘붉은 수수밭’ 등은 1920~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저자는 표면적인 중국 전통건축의 특징 즉 조적식구조와 입식의 생활양식 외에도 ‘폐쇄성’을 든다. ‘국두’와 ‘홍등’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중국의 역사적 특징에서 찾는다. 현대 중국에 이르까지의 빈번한 왕조 교체와 내전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내전은 넓은 평야에서도 일어나지만, 도시를 둘러싼 성으로 옮겨 오고 결국은 도시 안에서도 전쟁의 불길이 번지면 마지막 저항의 장소가 바로 집이 되기에, 주택은 삶의 중요한 영역이면서 전쟁에서도 방어를 위한 중요한 곳이 되어버렸다.”

일본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는 세계 영화시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동아시아만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과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와이 슌지의 영화 속 공간에서 하나의 법칙을 예로 든다.

그것은 편집, 동선과 함께 영화의 서사로써 ‘러브레터’부터 한정된 틀에서 벗어나, 관객의 시선을 화면 너머로 이끄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화면 너머의 탐구는 선배 감독들인 오즈나 아키라 등의 감독들이 추구한 ‘화면 내에서의 공간 배치에 대한 방법론’ 등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건축적인 관점에서 동아시아 영화의 공간미는 “현실적인 건축공간의 모습에 낯섦을 더하고 재창조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영화는 원래 이래’라는 편견과 싸워서 쟁취한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서해문집·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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