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옮김
“인재가 있어도 모르고, 인재가 있는 것을 알고도 쓰지 않고, 쓴다고 해도 중용하지 않으면 어찌 인재들을 끌어 모을 수 있고 큰일을 해낼 수 있겠습니까?”
유방의 책사 소하는 유방에게 한신을 추천했다. 그러나 유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신이 유방 진영을 빠져나가자 소하는 그를 쫓아가 설득해 데리고 돌아온다. 그리고 소하는 유방에게 “대왕께서 한중(漢中)에만 둥지를 틀고 있으려면 한신을 기용하지 않아도 무방하겠지만 천하를 얻으시려면 한신 없이는 안 됩니다”라고 직언했다. 유방은 소하의 말대로 한신을 대장군에 임명한다.
초나라 항우와 천하패권을 두고 자웅을 겨루던 유방은 기원전 202년 마침내 한 왕조를 세웠다. 동네 건달에서 황제가 된 유방은 천하를 얻은 원인으로 ‘삼불여’(三不如·세 사람만 못하다)를 들었다. 세 사람은 바로 유방을 도와 천하를 제패하는데 큰 공을 세운 ‘서한삼걸’(西漢三杰), 막료(참모) 소하·장량·한신을 지칭한다.
이에 대해 ‘막료학’ 저자인 쥐런은 “항우와 유방 사이의 ‘초한 쟁패’는 인재전쟁이었다”면서 “유방은 평범한 평민출신으로 피바람이 몰아치는 혼란기에 자기보다 훨씬 강한 항우와 싸워 이겼다. 이는 그가 천하대세에 순응했다는 점 외에 인재를 제대로 기용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분석한다.
중국에서 유래된 ‘막료’(幕僚)라는 호칭은 낯설다. 요즘으로 치면 참모, 스태프에 해당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5000년 가까운 중화 문명사는 사실 어떤 의미로는 중국만의 독특한 ‘지모문화’(智謀文化)의 발전사이며, 그 역시 ‘모’(謀) 한 글자로 개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투쟁에 참여한 각종 이익집단을 이끄는 핵심부를 ‘막부’(幕府)라 부르고, 이 핵심부를 이끄는 중심인물, 다시 말해 최종 정책결정권을 쥔 인물을 ‘막주’(幕主)라 부르겠으며, 이와 상응하여 ‘막주’를 보좌하는 인물을 ‘막료’(幕僚)라 부르겠다”고 설명한다. 역자인 김영수 박사는 서문에서 “이 책은 이런 인재 ‘막료’에 관한 종합적인 분석서이자 통속적인 대중역사서”라며 “역자가 핵심으로 짚은 경쟁-지모-막료를 막부-막주-막료(막료-막주-막부)라는 삼각관계 속에서 이해한다면 이 책은 한결 쉽고 살갑게 읽힐 것이다”고 밝힌다.
‘참모 대 리더, 장막에서 펼치는 다이나믹 정치학’이라는 부제를 붙인 ‘막료학’은 ‘막부와 막료’ 등 크게 6편으로 구성돼 있다. ‘삼국지’를 통해 널리 알려진 유비-제갈량을 비롯해 환공-관중-포숙아 등 중국 역사에 깊게 새겨진 막주와 막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1000여 쪽에 담겨있다. 복숭아 두 개로 세 장사를 죽게 만든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의 제나라 안영, 제갈량이 구사한 ‘초선차전’(草船借箭)을 활용해 금나라 군대를 막아낸 남송시대 필재우 등 많은 막료들의 활동상이 흥미롭다. 송나라 태조(조광윤)가 눈내린 밤에 홀로 조보를 찾아가 국정운영에 대한 자문을 구한 ‘설야정책’(雪夜定策) 일화는 뛰어난 각료와 참모가 절실한 요즘 우리 시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저자는 ‘인재통제 7원칙’과 ‘막료의 6원칙’을 제시한다. ‘막료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저자는 “역사상 위인들이 위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발아래에 발판이 되었던 많은 막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군신들의 스토리는 ‘국가정책의 결정에서 일상의 처세까지’ 두루 응용될 수 있다. 요즘처럼 리더와 참모가 제역할을 못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정치환경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편 사마천의 ‘사기’(史記) 전문가인 역자 김영수 박사는 ‘오십에 읽는 사기’ 등 60여 권의 저술·번역과 인문학 강좌 등 역사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들녘·4만9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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