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방류 후 전남 첫 축제…광양전어축제 가보니
전어구이 판매 코너 한산…꼬치류·음료 파는 푸드트럭은 북적
“수산업계 응원해야” 전어 포장 손님 발길 속 “내년 축제 더 걱정”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에 전어 먹기가 꺼림직하네요”, “수산물을 먹어야 어민과 수산업계도 살지 않겠어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전남지역 첫 수산물 축제인 ‘광양 전어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일부 방문객은 수산물 먹기가 조심스럽다며 주저했고, 오염수 도달 시기가 아닌 만큼 실의에 빠진 어민과 수산업계를 응원해야 한다는 방문객도 많았다.
27일 광양시에 따르면 올해로 22회를 맞이한 광양 전어축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다음날인 25일부터 이날까지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 무접섬광장에서 열렸다.
광양전어축제는 2020년, 2021년은 코로나 19사태로 열리지 못했으나 지난해 행사에는 3만여명이 방문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도 많은 방문객을 기대했지만 얄궂게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8월 24일)와 축제 일정이 맞물려 우려 속에 개막했다.
27일 낮 12시께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양 전어축제 현장에서는 전어 굽는 냄새를 쉽게 맡아볼 수 없었다.
공연장 바로 옆에 있는 중앙 음식 부스에서는 즉석에서 전어를 구워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전어구이를 먹는 이들은 10개 테이블 중 3개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도토리묵과 어묵탕, 잔치국수 등을 먹고 자리를 떠났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인근 어린이 수영장에서 놀고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먹고 있었다. 소프트콘과 꼬치류, 음료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전어구이를 판매하는 코너는 한산했다.
정형배(48·순천시)씨는 “가족들과 지난해에도 왔는데 올해는 확실히 관광객이 많이 준 것 같다”며 “올해가 오염수 방류 이후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해인 것 같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찾았다 내년부터는 오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숙희(여·67·광양시)씨는 “우리지역에서 축제가 열려 산책 겸 나섰는데, 오염수 방류된 소식에 굳이 전어를 사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둘러보고 있다”고 했다.
오후 1시 30분께 시작한 전어잡이 체험은 아이들에게 큰 인기였다. 하지만 오염수 걱정에 내년부터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지연(여·38·순천시)씨는 “아이들이 지난해 행사에서 전어 30마리를 잡고 너무 즐거워해서 올해도 방문했다”며 “오염수 방류 전에 잡아놓은 전어로 알고 올해 행사에 참여했으나 내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해역에 후쿠시마 오염수가 도달하는 시기가 먼 만큼 적극 소비해서 어민들을 응원해야 한다는 관광객도 있었다.
메인 행사장에서 약 2㎞ 떨어진 전어회와 전어구이를 판매하는 횟집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12개의 횟집으로 구성된 ‘망덕자연산 횟집 협의회 상가’는 점심시간을 맞아 분주했다. 1㎏에 14마리 가량 담아 판매하는 전어 판매장에서 살아서 팔딱이는 전어를 포장해 가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전어회를 사먹었다는 민철웅(49)씨는 “오염수 도달시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서 일단은 먹어보려고 왔다”며 “먹어줘야 수산업도 살지 않겠나”라며 웃어보였다.
한 활어횟집 사장은 “오염수 방류 이후로 매출에 큰 변화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손님들이 많이 와주셔서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축제가 끝나고 난 뒤가 진짜 문제다. 그때는 이 거리가 썰렁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양전어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관광객 감소를 우려해 지난해와 차별화하기 위해 어린이 수영장을 만들었고 푸드트럭도 확대했다”며 “다행히 올해 행사에는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내년 축제가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광양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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