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광주시장 상인·전남 어민 목소리
상인들 “그나마 뜸하던 발길마저 끊겼다…앞으로 살길 막막”
양식업계 “도매시장 거래 없고 미리 출하도…버티기 힘들 것”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개시 소식을 접한 광주·전남 수산업계 종사자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 어민들은 ‘생업을 접어야할 처지가 됐다’고 하소연했고, 상인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살길이 막막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2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동구 학동의 남광주시장.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소식 때문에 그나마 뜸하던 발길마저 끊겨 시장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판매대에는 생선 몇 마리만 올라 있었고 상인들은 생선을 얼음물에 담갔다 매대에 올려놓기를 반복했다.
20년 째 남광주시장에서 활어횟집을 운영 중인 윤봉철(46)씨는 “손님들이 여름철에는 수산물을 찾지 않는데다 물가까지 올랐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까지 겹쳐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언제 올지 몰라 생선을 들여오곤 있지만 팔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활어를 판매하는 김재윤(60)씨도 “주변 수산업계 종사자들을 보면 적자에 허덕이다 못해 일을 그만두고 생업을 찾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평생을 업으로 해온 일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수산업은 그냥 문 닫으라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또 “수산물의 주 고객층은 어르신들인데, 어르신들은 오염수 방류에 특히 민감해서 오염수 방류 발표 이후 매출액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40년간 남광주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해 온 천재일(75)씨는 “이렇게까지 장사가 안되는 건 처음”이라며 “바다에서 들여온 생선은 얼음에 담그면 3일까지는 버틸 수 있는데 이마저도 안팔리면 내다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류 전부터 이렇게 손님이 뚝 끊기면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완도 전복을 포장 판매하는 김연수(여·48)씨는 “오염수 방류에 대비해 전복을 대량으로 떼어와 팔고 있는데, 가격 하락에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업종 변경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남 양식업계도 “이젠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푸념했다.
완도에서 매년 60t가량 전복을 생산하는 위장명(46)씨는 “전복 값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오염수까지 방류되면 전복 양식업은 거의 망한다”며 “오염수 방류에 대비해 내년에 출하할 전복을 미리 출하하고 있다. 하지만 방류 후에는 양식업자 대부분 규모를 줄이거나 업종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 가두리 양식을 10년 째 하고 있는 박형근(51) 고흥군 어민연합회장은 “소비자들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도매시장 거래가 어려워졌다”며 “총 5㏊(1만 5125평) 규모로 돌돔과 농어 100만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팔릴 때까지 마냥 사료 값만 축내고 있어 착잡하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시민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일본을 규탄했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광주·전남공동행동은 22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적극 저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996년 러시아가 핵폐기물을 동해에 투기하자 일본 정부가 러시아를 성토하며 국제사회에 협조를 호소했는데 30년만에 주체만 바뀐 채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며 “당시는 주요 강대국(G7)들이 나서 공동 대응하는 등 적극 저지했지만 지금은 윤석열 정부와 G7,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방류를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핵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취소하고 윤 정부는 일본을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따라 광주·전남 시민단체는 24일부터 26일까지 시·군별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열고 반대 목소리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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