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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모호한 상실 - 폴린 보스 지음·임재희 옮김

by 광주일보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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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누군가를 잃는 경우 사람들은 극한의 고통을 겪는다. 마음을 쏟던 이가 더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워 한다. 그래서인지 이별을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등 이별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을 승화시킨다.

미국 미네소타대 가족사회학 명예교수이자 위스콘신대에서 교수로 일해온 폴린 보스가 최근 ‘모호한 상실’을 펴냈다. 저자의 오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만연한 상실 문제를 규명하는데, 특히 사랑하던 이를 예고 없이 잃는 애매모호한 이별에 주목한다.

저자는 재난이나 참사로 누군가를 떠나 보내면 그 대상은 육체만 소멸한 것이라고 말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작별은 남겨진 이들에게 온전한 상실경험을 주지 않는다. 그저 ‘통제 불능 상황’이나 ‘이별할 수 없는 이별’에 직면한 것인데, 책은 이처럼 준비 없는 고통을 겪는 이들이 ‘응고된 슬픔’을 갖고 있다고 표현한다.

“우리의 절대적인 확실성에 대한 갈망은 심지어 우리가 영원히 견고하고 예측 가능하다고 믿는 관계들 속에서도 거의 충족되지 않는다”

그 어떤 관계라도 유한성의 굴레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상실이란 누구에게나 전보 없이 찾아올 수 있어 사람들은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산다. 그럼에도 저자는 인간이 ‘절대적 확실성’을 무한히 갈망하는 만큼 황망한 이별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예기치 않은 상실을 겪은 한국사회에도 화두로 다가온다. 상실의 아픔이 퍼져 있는 이 시대에 저자의 경험과 방법론이 고통을 호기롭게 이겨내는 실마리가 됐으면 한다. <작가정신·1만6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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