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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동서양 악기 만나 ‘흥겨운 대화’

by 광주일보 2023.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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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예술의전당 ‘누모리쇼’ 리뷰
꽹과리·일렉기타·장구·오르간 등
우리 전통 가락에 퓨전음악 묘미
미국 케네디홀에서도 초청 공연
크로스오버 무대에 관객들 환호

‘누모리 쇼’의 악기 셋업. 왼쪽부터 꽹과리, 전자기타, 판소리, 드럼, 전자오르간, 베이스기타 순.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꽹과리가 메기면 베이스 기타가 받는다. 전자기타의 날카로운 소리가 ‘주거니’ 하면 포근한 장구가 ‘받거니’ 한다.

지난 22일 저녁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펼쳐진 ‘누모리 쇼’는 서양음악과 국악이 어우러진 ‘일렉트로 국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국악의 신명에 익숙한 중·장년층부터 전자음악의 매력에 빠진 어린이·청소년까지 관객들의 연령층은 어다채로웠다.

현대 음악에서 장르 간 융복합을 꽤하는 트랜스 무대가 아주 낯선 것은 아니지만, 수천 년간 이어온 우리의 전통 음악에 서양악기를 조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곡 ‘문엽쇼’가 펼쳐지면서 걱정은 기우였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꽹과리, 일렉기타, 세 대의 장구, 오르간, 베이스 기타의 선율에 소리꾼들이 차례로 나와 대목별로 판소리를 연행하듯 음을 더했다. 이어지는 ‘흥보’는 역동적인 춤사위와 흥이 부각되는 곡인데 펑키한 디스코 리듬과 개성 있는 편곡이 흥겨움을 느끼게 했다.

공연의 백미는 ‘도깨비불이 났다’. 그릇된 선택으로 인한 죄책감을 주제에 담아서인지 음산한 분위기가 압권이었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은 진경산수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몰입감을 자아냈다. 이아진 소리꾼은 “다시 무너졌고 또다시 일어났다 다시 불을 지핀다”는 후렴구를 반복했는데, 모진 역경에도 쓰러지지 않는 올곧은 정신을 담으려는 듯했다.

진중했던 분위기는 급반전되더니 귀여운 다람쥐 이미지가 영상에 나타났다. 자진모리장단과 디스코 음악의 퓨전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곡 ‘다람쥐’를 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 경기민요 전수자이자 JTBC ‘풍류대장’에 단독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윤세연이 선보였다.

이외에도 서정적인 감수성이 가득한 ‘반딧불을 켜줘요’와 ‘까투리’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이었다. 관중석에서 “얼쑤”, “귀엽다” 등의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스크린에 붉은 달이 떠오르더니 무대는 다시 정숙. 오묘한 느낌을 자아내며 분위기를 반전하는 ‘텅 빈’은 ‘정가’인데 구민지가 들려줬다. 구수한 판소리나 민요가 서민음악이라면 주로 사대부들이 향유했던 정가는 절제미를 특징으로 한다. 다섯 박자에 맞춰 울려 퍼지는 구씨의 국악 장단은 뉴에이지 음악과 합을 맞췄고 낯선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하여주오’와 ‘세상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니’도 정가 특유의 숭결함과 엄숙함이 부각된 곡이었다. ‘옴’이라는 낯선 추임새가 공명하듯 퍼져 나갔고 신비로운 빛이 쏟아졌다. 정가가 흐르는 동안에는 꽹과리 같은 익숙한 전통악기마저 제사장의 신비로운 소도구처럼 보였다.

소리꾼들 없이 누모리의 악기로만 무대를 채우는 시간도 마련됐다. ‘비를 주소서’와 ‘왕거미’는 보컬 없이 악기만으로 연주된 일종의 기악곡인데 동·서양 악기가 뒤섞이는 한 판 이채로운 무대였다.

이외에도 취기가 느껴지는 ‘취한다 취해’와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는 ‘쾌지나’ 등도 이어졌다. 기우제를 형상화한 ‘비를 주소서’는 대취타와 락음악이 융합된 곡으로, 이날 비 내리던 소극장의 야외 정경과도 어우러졌다.

한편 누모리는 지난 2018년 미국 국립예술의전당(J.F 케네디센터) 밀레니엄 스테이지에서 단독 초청공연에 오른 바 있다. 전통의 가락과 뒤섞이는 퓨전음악의 묘미가 앞으로도 전 세계를 매료시킬지 이목을 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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