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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수백 명 아이들 ‘프랑’의 모험에 울고 웃었다

by 광주일보 2023.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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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극단 ‘안녕, 프랑켄슈타인’ 공연 리뷰
역동적 무대·흥미로운 스토리 ‘탄성’
시대적 절망 극복매개는 ‘의지’ 교훈

‘프랑’의 탄생을 알리는 박사의 실험실 전경. 신이 되고싶은 과욕이 괴물을 만들어 내는 장면이다. <광주시립극단 제공>

지난 19일 광주예술의전당은 어느 때보다 문화피서를 즐기러 온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광주시립극단이 여름 방학을 겨냥해 무대에 올린 제21회 정기공연 ‘안녕, 프랑켄슈타인’(18~19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이들이다. 관객들은 역동적인 무대연출과 흥미로운 스토리에 탄성을 터뜨리며 무더위를 날렸다.

막이 오르자 박사의 실험실에서는 미디어아트로 재현된 기계 태엽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판타지물의 비행선 ‘비공정(飛空艇)’이 증기를 뿜으며 날아다닐 듯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스팀펑크(증기기관이 발달한 SF장르)와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반씩 섞인 기묘한 세트에서 실험은 멈출 줄 몰랐다. 운무가 피어오르더니 피조물 ‘프랑’이 얼굴을 내비쳤다. 괴기소설로 정평이 난 원작(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아성으로 인해서인지 객석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한데 어딘가 이상하다. 공포물을 기대했다면 오산, 작중 ‘모찌(찹쌀떡)’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프랑은 사랑스러운 외관을 지녔다. 물론 공포에 대한 최후의 양심(?)으로 양옆 관자놀이에 대못은 박아 두었다.

수백 년 동안 외톨이로 지낸 프랑(이유진)은 성에 숨어든 사막여우(노희설)를 만난다. 프랑은 ‘양심’과 인간의 마음을 얻기 위해 푸른 요정을, 사막여우는 백신을 찾기 위해 함께 노정에 오른다. 그러면서 환경운동가 원더(이혜원)와 합류해 소중한 것을 지키려 협심하는 이야기.

작품은 ‘유쾌한 언더독’들의 반란처럼 다가왔다. 프랑은 괴물이라 치부되며 홀로 고성에서 200년을 지낼 만큼 소외된 존재였다. 백신이 든 가방을 훔쳐 도망 다니던 사막여우도 매한가지, 환경운동을 하다 병약해진 원더까지 셋은 소위 ‘주류’에 편승하지 못한 아웃사이더에 가까워 보였다. 그럼에도 통쾌하게 마녀 ‘카이만(정경아)’과 ‘뱀 일당(이명덕 등)’을 물리치는 과정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공연은 원작에서 취하고 있는 액자식 구조나 심리적 서스펜스, 고뇌하는 프랑(원작의 빅터)의 모습 등은 비교적 덜어냈다. 대신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호응할 수 있도록 흥미 요소들을 도입했다. ‘카나리(정유정)’가 계단을 내려올 때 미디어아트로 꽃과 넝쿨을 비추는 모습, 프랑이 객석에서 깜짝 등장하는 장면, 이동식 모빌리티의 활용이나 마술, 춤과 노래 등이 바로 그것. 실감형이나 몰입형 콘텐츠가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다채로운 무대요소들은 아이들이 공연에 집중하는 마중물이 됐다.

아울러 동물에 대한 은유는 숨겨진 감상 포인트. 기록하는 일을 사명으로 느끼는 ‘카나리’는 새, 프랑을 쫓는 ‘블랙맘바’ 일당은 뱀의 이름(파이톤, 파인)에서 각기 본땄다. 또 악당 ‘카이만’은 악어의 종에서, 사막여우와 고퍼(쥐) 등도 모두 동물 이름에서 착안했는데 동물들이 위시하는 특성과 배역을 겹쳐보게 했다.

포스트 코로나세대를 위한 ‘질병’이라는 소재도 시의적이었다. 역병이 창궐한 시대적 절망을 극복하는 매개가 ‘백신’ 뿐만 아니라 의지와 인간성이라는 점은 아이들에게 교훈으로 제시됐다.

이번 가족극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말해주듯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거짓 없는 웃음은 공연 흥행의 정직한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이날 수백 명의 아이들은 프랑의 모험에 같이 울고 웃었다. 마치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무화시키는 ‘이머시브 공연’처럼, 아이들은 제3의 배우가 돼 자연스럽게 무대와 소통한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 낸 가족극이라도 자칫 유치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날 공연 시작 전에 “너무 유치하면 어쩌지” 하는 뭇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어른들의 걱정’을 머쓱하게 만들 만큼 축제의 시간을 연출했다. 객석의 아이들은 ‘슈퍼울트라씨앗’을 찾는 프랑의 이름을 끝까지 연호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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